미용 성형에 주로 쓰이는 보톡스(보툴리눔톡신)로 난치성 고혈압을 치료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보톡스는 미용 성형에 주로 쓰이지만 세계적으로 60% 이상 질병치료에 활용된다. 소아 뇌성마비, 사시, 요실금, 근육강직증, 편두통 등 치료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고혈압 치료효과까지 입증한 것이다.
박휴정(통증센터)ㆍ장기육(순환기내과) 서울성모병원 교수팀은 난치성 고혈압을 앓고 있는 환자(20)에게 보톡스를 이용한 신경차단술을 시행한 결과, 혈압을 조절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환자는 14세부터 지역병원에서 고혈압 약을 복용해왔고 16세에는 서울성모병원을 찾아 4가지 이상의 약을 처방 받았지만, 치료에 실패했다.
또 고혈압 원인이 되는 비만 치료를 위한 체중감량을 시도하고 혈압에 관여하는 교감신경을 차단하는 신장신경차단술도 받았지만, 혈압조절이 되지 않았다.
이후 환자는 18세가 된 2014년 1월 서울성모병원 통증센터에 의뢰됐다. 의료진은 시험적으로 국소마취제인 리도카인을 교감신경계가 모여 있는 신경얼기(복강신경총)에 넣는 신경차단술을 시행했다. 그 결과 환자는 3일간 혈압조절 효과를 보였다.
의료진은 효과를 길게 유지하기 위해 리도카인 대신 보톡스를 이용한 신경차단술을 시행한 결과 한달 동안 한 차례를 제외하고는 수축기(최고) 혈압 150㎜Hg, 이완기(최저) 혈압 90㎜Hg 이하를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과거 환자의 수축기 혈압이 심할 때 200㎜Hg 이상이었던 것을 현저하게 낮춘 것이다.
2014년 4월 같은 용량의 보톡스를 이용해 두 번째 신경차단술을 시행했을 때는 효과가 2014년 8월까지 유지됐고, 이후 3번의 추가 시술을 통해 현재까지 조절된 혈압을 유지하고 있다.
박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로 보톡스를 이용한 신경차단술을 난치성 고혈압의 새로운 치료법으로 고려할 수 있다"며 "다만, 보톡스 자체가 효과를 나타내는 것인지, 시술 효과를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 것인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독소(Toxins)’ 2월호에 게재됐다.?
고혈압은 뇌졸중 심근경색 부정맥 등 다양한 합병증의 원인으로 국내 환자는 2013년 기준 900만 명으로 추정된다. 정확한 진단, 체중감량, 저염식, 운동 등 생활습관 개선이 필요하며 약물치료도 꾸준히 받는 게 좋다. 난치성 고혈압은 4종류 이상의 고혈압 약을 복용해도 혈압이 정상화되지 않는 상태로 전체 고혈압 환자의 5% 가량을 차지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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