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진 서강대 연구팀‘마이크로파 기기’개발 중
당뇨병이라는 모진 병마와 싸우고 있는 환자의 소원 중 하나가 피를 뽑지 않고 혈당을 측정하는 것이다. 기술 발전으로 간편하게 채혈할 수 있는 혈당기기들이 출시됐지만 피를 뽑는다는 것 자체가 환자에게는 피곤하고 고통스러운 일이다.
구글이 지난해 12월 초 미국 특허청에 바늘을 쓰지 않는 혈당 측정기기를 개발ㆍ특허 출원했다. 마이크로 입자로 피부를 뚫어 혈당을 분석해주는 이른바 ‘바늘 없이 피를 뽑는 시스템(Needle-Free Blood Draw)’을 만든 것이다.
구글은 2014년 당뇨병 환자의 당뇨수치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스마트콘텍트렌즈도 내놨다. 이 장치는 당뇨병 환자의 눈물방울로 혈당을 측정해 데이터를 휴대폰에 연계해 환자가 간편하게 혈당을 점검하도록 고안됐다. 비록 이 장치가 실제 당뇨병 환자에게 적용되려면 기술적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멀지 않아 채혈하지 않는 혈당측정기가 개발될 것이라는 데 의문을 다는 과학자는 없다.
비채혈 혈당측정기기 개발은 세계적 추세다. 이미 일본과 유럽에서는 2000년대 초반 적외선을 이용해 혈당을 측정하는 기기를 개발했다. 미국에서도 2008년 마이크로파 기술을 이용한 혈당 모니터링 장치를 만들었다.
국내, 서강대 연구팀 ‘마이크로파’ 이용 개발 중
우리나라도 비채혈 혈당측정기기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기진 서강대 물리학과 연구팀이 대표적이다. 연구팀은 마이크로파를 이용해 비채혈 혈당측정기기를 개발 중이다.
이 교수는 과거 알프스 여행을 하다 당뇨병을 앓고 있는 노부부가 산행 중 혈당측정 때문에 애를 먹는 것을 목격한 후 피를 뽑지 않고 혈당을 측정할 수 있는 기기를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도 미국과 유럽처럼 당뇨병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과학자로서 당뇨병 환자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보탬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마이크로파 물리학 연구에 있어 세계적 권위자다.
이 교수는 마이크로파가 수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에 주목했다. 이 교수는 “인체의 90%가 수분이기 때문에 마이크로파를 이용하면 피를 뽑지 않고 혈당을 측정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피부 깊숙한 곳까지 침투할 수 있는 마이크로파를 이용해 혈당농도를 측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측정된 데이터를 표준화하는 등 기술적 한계를 해결해야 하지만 상용화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자신했다. 이 교수는 “디바이스까지 개발했지만 구글처럼 스마트폰과 연계하는 것이 최종목표”라고 말했다.
기술개발과 관련 어려움도 호소했다. 이 교수는 “임상시험이 어려워 도살장에서 돼지, 양 등 피를 수집해 연구 중”이라면서 “개발이 가시화된 연구인 만큼 의료계는 물론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10년 넘게 공들인 연구인데 구글때문에 물거품이 될까 두렵다”면서 “국내 기초과학은 물론 의료계, 나아가 당뇨병 환자를 위해서라도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