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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 미출판소설 구입 결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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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 미출판소설 구입 결정 논란

입력
2016.06.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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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 없는 일… 유사 주제 책 10여 종이나 시판중

저자는 특정 국회의원 선구운동 도운 인물… ‘정치적’ 결정 의혹

포항시 “지역 홍보 차원” “구매ㆍ정치적 압력 전혀 없어”

경북 포항 남구 대잠동 포항시청과 건물 앞 마당에 설치돼 있는 설화 ‘연오랑 세오녀’의 조형물.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경북 포항 남구 대잠동 포항시청과 건물 앞 마당에 설치돼 있는 설화 ‘연오랑 세오녀’의 조형물.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kjh@hankookilbo.com

경북 포항시가 나오지도 않은 소설책을 지역 유명 설화를 담았다는 이유로 1,900만 원치를 구입키로 해 논란이다. 이미 시중에는 비슷한 내용의 책이 10여권 이상 나와 있는데다 저자가 지난 4월 총선 때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특정 후보의 선거 유세를 도왔던 인물이어서 구매 배경에도 의구심을 낳고 있다.

포항시는 최근 지역 수필가 A씨가 집필 중인 장편소설 ‘연오랑세오녀’ 책 1,500부를 구입하기로 하고 1권당 1만3,000원씩 총 1,900만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연오랑세오녀 이야기는 신라시대 포항의 옛 지명인 영일에 살던 연오와 세오 부부가 일본으로 건너가 철기 문화를 전파했다는 내용의 포항지역 설화다.

시는 “이 책이 신라인의 개척정신을 담고 있어 전국 공공도서관과 학교 등에 배부, 포항문화의 정체성을 알리고 환동해 중심 포항의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대량 구매를 계획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 담당부서 직원들은 집필 중인 작가로부터 개요와 줄거리가 담긴 시놉시스만 받고 구입을 결정했고, 실제 책은 다음달에나 나올 예정이다. 지금까지 포항시가 자체 기획이 아닌 일반 작가의 책을 출판도 하기 전에 구입키로 한 적은 없었다.

포항시의회도 추경예산 심의과정에서 격론 끝에 통과시킨 것으로 박희정 포항시의원은 “출판된 후 내용을 살펴보고 구입해도 늦지 않은데 느닷없이 집필 중인 책을 사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기존에 나온 연오랑세오녀 설화 책도 많은데 하필 이 책만 대량 구입하는 이유도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포항시 측은 소설로 된 연오랑세오녀 설화가 없어 구매결정을 했다고 해명했지만 거짓으로 드러났다. 동화나 그림책 등은 수십 종이 넘게 나와 있고, 소설도 2013년 ‘철의왕국-연오랑세오녀의 비밀’이라는 장편소설이 출판됐다.

저자 A씨는 지난 4월 총선에서 지역 국회의원의 선거운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사실도 확인됐다. A씨는 특정 국회의원의 은사로, 선거사무소 개소식 때 축사를 하고 유세장 여러 곳에서 지지 연설을 하기도 했다. 저자가 먼저 책 구매를 요청하자 포항시가 특정 국회의원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 일종의 ‘보험’ 차원에서 구매결정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시놉시스만 보고 결정한 것은 맞지만 내용이 좋아 보였다”며 “지역 홍보를 위해 구입하는 것일 뿐 정치적인 압력은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양만재 포항지역사회복지연구소장은 “해당 작가가 이번 국회의원 선거 기간 당선자의 유세를 적극적으로 도운 사실이 지역에 잘 알려져 있다”며 “시가 어떤 절차와 과정을 거쳐 책 구매를 결정하게 됐는지 명확하게 밝혀야만 뒷말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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