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로사리오(오른쪽)에게 로저스가 물을 뿌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김성근(74) 한화 감독은 지난 5일 대구 삼성전에서 4-3으로 승리한 뒤 "이제 힘이 붙었다. 팀이 하나로 되어 가는 느낌"이라고 반색했다.
이날 어렵게 시즌 20승(1무32패) 고지를 밟은 한화는 4연승을 포함해 최근 10경기에서 9승1패의 놀라운 승률로 순위표 지각 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여전히 최하위이지만 9위 kt(22승2무30패)와 승차는 2경기로 줄었다. 포스트시즌 진출의 마지노선인 5위 SK(26승28패)와 승차는 5경기, 4위 LG(24승1무25패)와 승차도 5.5경기로 중위권 진입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지난달 25일만 해도 한화는 당시 5위 SK와 무려 11경기 차였다. 불과 11일 만에 6경기 차를 줄인 것이다. 야구인들은 보통 3경기 차를 줄이려면 한 달이 걸린다고 하지만 경쟁 팀들의 부진이 맞물리면 '기적'이 가능하다.
<p style="margin-left: 10pt">2016년 한화는 2014년 LG와 분위기가 비슷하다. 그 해 LG는 지금 한화가 치른 경기 수인 초반 53경기에서 당시 가을야구 마지막 티켓인 4위 넥센과 8.5경기 차로 벌어져 있었다. 사실상 수건을 던진 상태였으나 대반전을 이뤄내며 극적으로 4강행 티켓을 획득했다. 올해는 한화의 상승세도 있지만 SK가 최근 10경기에서 3승7패, LG가 3승1무6패, 삼성ㆍ롯데ㆍkt가 4승6패, KIA가 2승1무7패로 4위 이하 팀들이 최근 모조리 부진한 덕도 보고 있다.
달라진 한화의 모습은 여러 군데에서 감지된다. 우선 마운드다. 아직 시즌 팀 평균자책점 최하위(6.28)에 머물고 있는 한화는 최근 6경기에서는 평균자책점 3.72로 환골탈태했다. 5이닝을 버티기 어려웠던 선발투수들이 힘을 내기 시작했고, 불펜에선 기존의 권혁, 송창식, 정우람에 최근 가세한 심수창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심수창은 한화가 9승3패를 거둔 최근 2주 동안 5차례 구원 등판해 10⅓이닝 2실점(평균자책점 1.74)을 기록했다. 이 기간 구원승을 3번 거뒀고, 세이브와 홀드를 한 개씩 챙겼다.
타선에선 역시 간판 김태균의 부활이 결정적이다. 김태균은 최근 12경기에서 타율 5할2푼5리(40타수 21안타), 3홈런, 21타점을 기록했다. 이 기간 타율과 타점 모두 10개 구단 타자들 중 1위다. 볼넷은 13개를 얻어 공동 1위이며 출루율은 6할4푼3리로 단독 1위다. 특히 12경기 득점권 타율은 무려 6할4푼3리(20타석 14타수 9안타 5볼넷 1사구)에 이른다. 결승타는 3개를 기록했고, 12경기 중 타점이 없는 경기는 두 차례뿐이었다.
투타가 안정권에 접어들면서 경기력과 집중력도 몰라보게 달라졌다. 지난 3일 삼성전에선 3-3으로 맞선 연장 12회초 로사리오의 내야안타로 이겼고, 4일엔 선발 로저스가 부상으로 3회 조기 강판했지만 8-7 승리를 수확했다. 9회말 무사 만루 위기를 심수창이 병살타로 잡아낸 뒤 박해민을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살얼음판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5일 경기에서도 10회 연장 끝에 김태균의 2타점 적시타로 적지에서 삼성에 사흘 연속 1점 차 승리를 거뒀다.
시즌 전 우승후보로 꼽혔던 한화의 뒤늦게 걸린 발동 덕에 자칫 김빠질 뻔했던 순위 싸움은 흥미진진해졌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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