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천재 미드필더’ 윤빛가람(26ㆍ옌볜 푸더)이 울리 슈틸리케(62ㆍ독일)호의 ‘신의 한 수’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윤빛가람은 6일(한국시간) 새벽 체코 프라하의 에덴 아레나에서 끝난 체코와 A매치 평가전에 선발로 나와 팀에 천금 같은 선제골과 결승 도움을 올리는 맹활약을 펼쳤다. 윤빛가람을 앞세운 슈틸리케호(FIFA랭킹 50위)는 30위 체코를 2-1로 꺾었다.
지난 평가전에서 스페인(6위)에 1-6 참패를 당한 뒤 분위기 반전이 절실했던 대표팀에 등번호 13번을 달고 중원을 종횡무진 누빈 윤빛가람의 활약은 가뭄의 단비 같았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던 전반 26분 그림 같은 선제 프리킥 골을 넣은 데 이어 석현준(25ㆍ포르투) 의 두 번째 골 역시 그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이날 윤빛가람은 슈틸리케가 자신을 부른 3가지 이유에 완벽하게 부합했다. 첫째 구자철(27ㆍ아우크스부르크)의 발가락 부상에 따라 슈틸리케호는 패스가 좋은 공격형 미드펄더를 필요로 했다. 둘째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에서 상대의 밀집수비를 뚫을 최선의 방책인 세트피스 공격을 해결해줄 강력한 키커를 원했다. 최종 예선 A조 1차전 상대인 중국을 잘 아는 선수라는 부분까지 세 가지 공통분모를 두루 지닌 윤빛가람이 낙점된 배경이다. 박태하(48) 옌벤 감독이 “윤빛가람은 지금 중국에서 톱 클래스 미드필더이다. 한국에서 뛸 때보다 실력이 더 좋아졌다”고 말할 정도로 컨디션이 좋은 상태에서 대표팀에 합류해 부활의 나래를 폈다.
2012년 9월 11일 이란전 이후 3년 9개월 만에 A매치 경기에 선발 출전한 윤빛가람은 다소 긴장한 듯 초반에 몸이 무거워 보였지만 이내 본연의 기량을 뽐내기 시작했다. 가까운 거리에서 옆 선수에게 툭툭 넣는 패스가 일품이었다. 석현준의 두 번째 골을 도운 장면이 대표적이다. 체코 진영에서 상대를 압박해 공을 차단한 뒤 가까운 거리의 석현준에게 기습적으로 찔러줬고 이를 받은 석현준이 오른발 강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뿐만 아니라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중앙에서 열려 있는 반대쪽으로 길게 나가는 패스도 좋았다. 이런 창의적이고 허를 찌르는 패스들은 구자철과는 또 다른 면모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강력한 프리킥 골은 압권이었다. 석현준이 상대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파울로 얻은 프리킥 상황에서 의외로 윤빛가람이 키커로 나섰다. 보통 왼발잡이가 나오는 자리임에도 윤빛가람이 오른발로 오른쪽 모서리를 파고드는 인상적인 골을 터뜨렸다. 체코 골키퍼 페트르 체흐(34)가 몸을 날렸으나 공은 이미 골망에 빨려 들어간 뒤였다.
윤빛가람의 중용은 전방 스트라이커의 플레이 스타일과도 무관하지 않다. 개인기가 탁월한 손흥민(24ㆍ토트넘)이 혼자서도 찬스를 만들 줄 아는 유형이라면 석현준과 지동원은 좋은 패스를 받을 때 더욱 빛을 발하는 공격수들이다. 가운데에서 나오는 패스를 받아 만들어가는 스타일인 석현준과 지동원을 놓고 그 뒤에 윤빛가람이 배치하는 그림이 최적의 궁합을 자랑했다.
조광래 전 대표팀 감독의 눈에 띈 윤빛가람은 한때 한국 축구의 미래를 이끌어갈 미드필더로 각광받았다. 아픈 만큼 성숙해졌다는 점이 그때와 달라진 부분이다. 그는 한국형 플레이 메이커의 미래로 꼽혔다. 유망주 시절부터 공격 재능을 뽐냈다. 정확한 슈팅과 창의적인 패스, 넓은 시야, 프리킥 능력 등을 두루 갖췄다. 2010년 K리그 신인왕을 타며 거칠 것 없던 그는 그러나 2011시즌이 끝나고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성남으로 이적한 뒤 꼬이기 시작했다. 우여곡절 끝에 먼 길을 돌아온 윤빛가람은 “구자철과 내 스타일은 다르다. 공격수들이 편하게 골을 넣을 수 있도록 패스를 살리겠다”고 했는데 이를 경기력으로 증명해냈다.
안정환 MBC 축구 해설위원은 “윤빛가람은 발탁 뒤 첫 선발 출전에서 골을 넣었는데 이렇게 되면 자신감을 갖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가까운 패스와 멀리 보고 크게 넣는 패스가 둘 다 좋았다. 석현준과 지동원은 패스를 받아 만들어가는 스타일이다. 앞으로도 윤빛가람과 호흡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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