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계 페루인 후지모리 후보, ‘독재자의 딸’ 한계 넘지 못해
5일(현지시간) 치러진 페루 대선 결선투표에서 경제학자 출신인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77) ‘변화를 위한 페루인당’(PKK) 후보가 승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4월10일 열린 대선 1차 투표에서 쿠친스키 후보 득표율의 두 배를 얻었던 일본계 게이코 후지모리(41) 민중권력당(FB) 후보는 선거 막판에 터진 측근들의 비리 스캔들과 ‘독재자의 딸’이라는 반감이 겹치며 고배를 마신 것으로 보인다.
AFP통신에 따르면 페루 선거당국은 이날 대선 결선투표 개표작업을 진행하며 쿠친스키 후보가 50.58%의 득표율을 기록해 49.42%를 얻은 후지모리 후보를 앞서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현지 여론조사기관인 입소스-아포요도 출구조사 결과 발표를 통해 쿠친스키 후보가 50.5%를 득표해 49.5%에 머문 후지모리를 제치고 승리할 것으로 내다봤다.
워싱턴포스트(WP)도 이날 쿠친스키 후보의 승리를 예상하며 “페루 국민들이 경제성장과 안정을 선택했다”고 평가했다. 영국 옥스포드 대학과 미국 프린스턴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쿠친스키는 알레한드로 톨레드 집권 시기(2001~2006년)에 재무장관을 지냈다. WP는 “페루는 정치부패와 지하경제로 곪아 있다”며 “쿠친스키는 집권 이후 경제개혁과 함께 사법시스템 강화에 나설 것”이라고 지적했다.
1990년대 독재권력을 휘두르다 부정축재, 횡령 등의 혐의로 수감된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의 장녀인 후지모리 후보는 결국 ‘독재자의 딸’이라는 한계를 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중순 후지모리 후보가 속한 민중권력당 사무총장이 돈세탁 혐의로 당직에서 물러나는 사건이 터지며 후지모리 후보 당선에 대한 우려감이 커졌고, 급기야 수도 리마 시민 수천명은 지난달 31일 “독재국가 회귀를 우려한다”며 반(反) 후지모리 시위를 벌였다. 대선 1차 투표에 나섰던 베로니카 멘도사(36) 광역전선당 후보가 지난달 30일 쿠친스키 후보에 대해 지지선언을 한 것도 이날 투표결과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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