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의 목숨을 구한 스웨덴 태생 수녀와 성모 마리아 추종 사상을 확립한 폴란드 사제 등 2명이 가톨릭 성인의 반열에 올랐다고 5일(현지시간) 로마 교황청이 발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시성 미사를 집전하면서 스웨덴 출신 엘리자베트 헤셀블라드 수녀와 17세기 폴란드 사제 스타니슬라우스 파프친스키를 성인으로 선포했다.
미국에서 간호사 생활을 하며 개신교에서 가톨릭으로 개종한 헤셀브라드 수녀는 1943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수녀원장으로 지내며 유대인 가족 12명을 수녀원 건물에 숨겨줘 이들이 나치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했다. 그는 이들을 수녀원에 숨겨주면서 가톨릭으로 개종할 것을 강요하지 않았고 유대인 가족이 끝까지 종교적 믿음을 지킬 수 있도록 이끌어 존경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헤셀브라드 수녀는 1957년 사망한 후 2000년 복자로 추대됐다. 스웨덴 출신으로 성인의 반열에 오른 것은 1391년 성녀 브리지타 이후 2번째이다. 외신들은 “헤셀브라드 수녀의 성인 추대는 신교 탄생 500주년을 축하하기 위한 교황의 10월 스웨덴 방문을 앞두고 이뤄져 의미가 크다”고 보도했다.
헤셀브라드 수녀와 함께 이날 성인으로 추대된 파프친스키 사제는 1631년 폴란드 남부 대장장이의 아들로 태어난 후 구걸과 중병으로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다. 이후 가톨릭에 투신한 그는 성모 마리아가 잉태한 순간 모든 원죄가 사해졌다는 ‘무원죄 잉태설’을 강조하며 1701년 숨지기까지 평생 병자와 빈민을 위해 헌신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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