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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걸음이지만 큰 도약” 한-쿠바 사상 첫 외교장관 회담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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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걸음이지만 큰 도약” 한-쿠바 사상 첫 외교장관 회담 열어

입력
2016.06.06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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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세 장관, 아바나서 쿠바와 1시간15분 회담

수교 가능성 논의까지 오간듯…쿠바의 형제나라 北에 카운터 펀치

(아바나 외교부 공동취재단) 우리나라 외교수장으로서는 처음으로 쿠바를 방문 중인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4일 (현지시각) 제7차 카리브국가연합(ACS) 정상회의에 참석해 연설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아바나 외교부 공동취재단) 우리나라 외교수장으로서는 처음으로 쿠바를 방문 중인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4일 (현지시각) 제7차 카리브국가연합(ACS) 정상회의에 참석해 연설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과 쿠바 간 사상 첫 외교장관회담이 5일(현지시간)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열렸다. 미수교국인 쿠바와의 관계개선을 위한 첫 관문을 통과, 국제사회에서 대북 봉쇄전략이 가시적 성과를 낸 것으로 평가된다.

외교부는 윤병세 장관이 아바나 팔코호텔 인근의 컨벤션궁(팔라시오 데 컨벤시오네스)에서 브루노 로드리게스 쿠바 외교장관과 사상 첫 한-쿠바 외교장관회담을 개최했다고 6일 밝혔다.

윤 장관은 앞서 쿠바가 의장국인 제7차 카리브국가연합(ACS) 정상회의에 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하기 위해 5~6일 이틀 일정으로 쿠바를 방문했다.

양측 외교장관은 이날 오전9시부터 10시15분까지 한 시간 남짓 대화를 가졌다. 로드리게스 장관이 스페인어로 말하면 이를 영어로 통역하고, 한국어로 말한 윤 장관의 이야기가 스페인어로 통역하는 방식으로 대화가 이뤄졌다.

윤 장관은 양국 간 사상 첫 외교장관회담이 열린 데 대해 1969년 달 착륙에 성공한 닐 암스트롱의 말을 인용해 눈길을 끌었다.

회담 뒤 외교부 공동 취재단과 만난 윤 장관은 “(회담에서) ‘개인으로서는 하나의 작은 발자국이지만, 인류를 위한 위대한 발자국’이라는 닐 암스트롱의 말을 인용했다”며 “외교장관으로서 수십 년 만의 최초의 방문이기는 하지만 앞으로 이것이 하나의 이정표가 되어서 양국에 도움이 되는 결과물이 나올 때 초석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쿠바측은 윤 장관의 이 같은 언급을 듣고 “매우 좋아했다”고 현지 당국자는 설명했다.

이날 회담에서는 양국 간 수교 가능성에 대한 논의도 직간접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윤 장관은 “75분이라는 이례적으로 긴 시간 동안 매우 우호적이고 진지하고 허심탄회한 분위기 속에서 회담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특히 “양국관계가 다양한 분야에서 순조롭게 가고 있지만 양국 간 잠재력을 더욱 구체화시킬 시점이 다가왔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그런 방향으로 나가기 위한 여러 가지 우리측의 생각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현지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측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했다. 쿠바측도 진지하게 듣고 말했다”고 밝혀 양국 간 수교 가능성에 대한 대화가 오갔음을 시사했다.

쿠바는 유엔 회원국 가운데 시리아와 마케도니아와 함께 한국과 수교를 맺지 않은 4개국중 하나다. 1959년 사회주의 혁명 이후 한국과 단교했으며, 1988년 서울 올림픽에 대표단을 보내지 않았을 정도로 양국 간 교류는 드물었다.

반면 쿠바는 북한과는 1960년 수교를 맺고 정치ㆍ군사적으로 밀착관계를 유지해왔다. 1986년 평양을 방문했던 피델 카스트로 당시 쿠바 국가평의회장과 김일성 주석 간의 긴밀한 유대를 바탕으로 최근까지 ‘형제국가’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쿠바의 대(對) 한반도 외교가 철저하게 북측에 편중되어 있던 셈이다.

그러나 한-쿠바 간 외교장관회담이 성사되면서, 북-쿠바 관계가 치명상을 입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북한의 전통적 우방국인 이란과 우간다를 방문해 평양의 대외관계망을 조였다. 이어 북한의 ‘마지막 친구’로 여겨졌던 쿠바마저 한국과 외교장관 회담을 연 것은 국제사회의 대북압박 여론이 높아지는 흐름에서 북한에 날린 결정타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편, 이날 회담을 마친 윤 장관은 쿠바의 한인후손회관인 ‘호세 마르티 한국-쿠바 문화클럽’을 방문해 현지 한인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윤 장관은 “저의 이번 쿠바 방문을 계기로 한국에서 쿠바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질 것”이라며 “중요 기업인들이 쿠바에서 경제활동을 더 많이 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영빈 기자ㆍ외교부 공동 취재단(아바나)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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