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말 현재 326만CGT… 2003년 8월 이후 격차 최저 수준
“수주절벽 이어지면 추월당할 수도…한국 조선업 위기 실감”
올해 들어 국내 조선업계에 극심한 수주 가뭄이 계속되면서 수주 잔량에서 일본과의 격차가 13년 만에 가장 많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조선해운 시황 전문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 5월말 기준 한국의 수주잔량은 2,554만CGT, 일본의 수주잔량은 2,228만CGT로 한국과 일본의 수주잔량 격차는 326만CGT(표준화물선환산t수)로 집계됐다.
이는 2003년 8월 말에 기록한 259만CGT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한국은 1999년 12월말에 수주잔량에서 일본을 2만1,000CGT 앞선 이후 줄곧 수주잔량에서 우위를 유지해왔으나 격차가 크게 좁혀진 것이다.
한국은 작년 12월말 기준 수주잔량이 3,108만CGT를 기록하는 등 지난해 수주잔량이 줄곧 3,000만CGT 수준을 유지해왔으나 올해 들어 1월말 2,939만CGT, 2월말 2,851만CGT, 3월말 2,726만CGT, 4월말 2,656만CGT, 5월말 2,554만CGT로 수주잔량이 계속해서 줄어왔다.
일본 역시 작년 12월말 수주잔량이 2,555만CGT로 정점을 찍은 뒤 올해 들어 1월말 2,464만CGT, 2월말 2,397만CGT, 3월말 2,300만CGT, 4월말 2,262만CGT, 5월말 2,227만CGT으로 계속 줄어들었다.
한국과 일본의 수주잔량이 동반 감소했지만, 매달 한국의 감소폭이 일본보다 더 컸기 때문에 양국의 수주잔량 격차가 확 좁혀진 것이다.
과거 조선업이 호황이던 2008년 8월말에는 한국과 일본의 수주잔량 격차가 무려 지금의 10배 수준인 3,160만CGT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달 말 수주잔량이 13년 만에 최저치인 326만CGT까지 줄면서 이대로 가다간 조만간 수주잔량이 일본에 추월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수주잔량이 줄어드는 것은 비축해둔 일감이 점점 사라져가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다 요즘같은 수주 가뭄이 지속된다면 앞으로 국내 조선소들의 도크(dock·선박건조대)가 비는 시기가 더 앞당겨질 수도 있다는 것을 뜻한다.
물론 수주잔량이 줄어드는 것은 통상 3년 안팎에 걸쳐 건조되는 선박이 계약 이후 순조롭게 건조돼 선주사로 잘 인도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측면도 있다.
또한 선박 발주량 감소 여파로 인한 수주잔량 감소 추세는 전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기도 하다. 5월말 기준 전 세계 수주잔량은 1억135만CGT로 지난달의 1억296만CGT에 비해 소폭 감소했다.
한국과 일본에 비해 조선소 수가 월등히 많은 중국은 최근 몇년간 국가별 수주잔량에서 한국과 일본을 앞서왔지만, 작년 12월말 기준 4,095만CGT였던 수주잔량이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매달 계속해서 줄면서 5월말 기준 3,717만CGT를 기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일본보다 인도량이 많기 때문에 지금같은 수주절벽이 이어질 경우 일본에 수주잔량을 추월당할 수 있다”며 “세계 최고를 자부하던 한국 조선업이 수주잔량에서도 17년 만에 일본에 다시 역전당할 수 있는 신세가 돼 국내 조선업이 위기라는 말이 실감 난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manb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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