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재정적자를 줄이고 책임 있는 통화정책을 펴라”(2009년 제1차 미ㆍ중 전략경제대화ㆍ중국측 요구), “향후에도 수 십년간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유지할 것이다. (중국은) 이를 의심해서는 안 된다”(4일ㆍ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
6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여덟 번째이자, 마지막 ‘미ㆍ중 전략경제대화’는 7년 전과는 주도권이 180도 뒤바뀐 채 열릴 전망이다. 2009년에는 금융위기 극복이 급선무였던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협조를 구했지만, 이제는 안보ㆍ경제ㆍ글로벌 이슈 전반에서 우월적 입장에서 압박을 가하고 있다.
퇴임을 앞둔 오바마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을 길들이는 모양새는 최근 2, 3년간 중국의 부상이 주춤하면서 세력 판도가 미국 쪽으로 흐른 것과 무관하지 않다. 실제로 금융부실과 투기 등 고도성장 후유증이 드러나고 임금상승으로 ‘세계 공장’ 지위를 잃으면서 중국은 경제적으로 강점이 축소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셰일가스와 제조업의 부활로 경기가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또 시 주석 취임 이후 진행된 부패척결 작업이 ‘정적 숙청’으로 변질되고 개인 우상화와 언론통제 강화로 이어지는 등 국가관리 능력에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통해 미국 중심의 국제금융질서 재편을 시도하고는 있지만, 국제금융질서가 중국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은 낮다. 군사 분야에서도 미국이 주도하는 무기체계 패러다임 전환에 대해 추격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레이저 무기와 레일건 등 압도적 기술력으로 미국이 획기적인 ‘비핵(非核) 전략무기’를 선보이면서 양국의 상대적 군사력 격차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존스 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데이비드 램턴 중국연구소장은 시 주석이 덩샤오핑(鄧小平) 정책에서 벗어나 너무 빨리 샴페인을 터뜨렸다고 진단한다. 그는 “상당수 중국인은 이제 강대해졌기 때문에 더는 참아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밝혔다.
오바마 행정부가 화웨이와 알리바바 같은 중국 기업을 조사하고 중국 금융기관에 타격을 줄 대북 금융제재에 나서는 등 ‘대중 강공책’을 펴는 배경에는 ‘중국 굴기(屈起)’를 저지했다는 외교적 업적과 함께 미 대선에서 민주당으로의 정권 재창출을 위한 포석도 읽힌다. ‘허약한 오바마 외교’의 대표 사례로 중국을 지목하고 “당선되면 중국 버릇을 고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의 주장을 일축, 오바마 정책의 계승을 선언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승리에 기여하겠다는 것이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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