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영철 지난달 쿠바 찾아
라울 카스트로에 ‘김정은 친서’
초조한 기색 역력…충격 클 듯
정부, 접촉면 넓히며 공 들여
윤병세 “조용하지만 다양한 노력”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4일(현지시간) 쿠바를 전격 방문한 것은 북한의 오랜 형제국가를 직접 공략해 대북제재의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정상외교를 펼친 중동의 이란과 아프리카의 우간다에 이어 쿠바까지 끌어들이면, 북한의 3대 주요 우방국을 거점으로 전세계적인 대북제재 포위망을 구축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특히 북한이 최근까지 쿠바에 많은 공을 들여온 만큼, 쿠바가 대북공조에 적극 호응할 경우 북한에 가해지는 충격파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해 2월 윤 장관이 국회 답변에서 “연내에 쿠바와의 관계정상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히자, 대표단을 잇따라 쿠바에 보내며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 3월 리수용 당시 외무상을 쿠바로 급파한 데 이어 6월에는 강석주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를 보내 쿠바와의 형제애를 과시하는데 주력했다.
지난달 24일에는 김영철 당 중앙위 부위원장이 쿠바를 찾아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과 회담하면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했다. 윤 장관의 쿠바 방문을 열흘 앞둔 시점이었다. 이때 북한은 “친선관계를 강화시켜 나가는 것이 쿠바 당과 정부의 확고부동한 입장”이라는 카스트로 의장의 발언을 대대적으로 선전하며 쿠바와의 우호관계를 부각시키려 애썼다. 북한은 지난 3월 피델 카스트로 전 의장의 방북 30돌 기념집회를 평양에서 성대하게 열고 쿠바를 향한 구애를 아낌없이 드러냈다.
쿠바는 북한의 주요 무기 공급원이기도 하다. 지난 2013년 7월 북한 선박 청천강호가 쿠바에서 구 소련제 미그-21전투기, 미사일, 무기부품 등을 싣고 가다 파나마 당국에 적발돼 7개월간 억류된 사건은 갈수록 입지가 좁아지는 북한이 쿠바에 얼마나 의지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윤덕민 국립외교원장은 5일 “북중 관계가 변화하듯이 쿠바도 동맹국 북한과의 관계에 변화를 줄 것”이라며 “윤 장관의 이번 방문은 북한을 차근차근 옥죄고 압박해가는 포석의 의미”라고 평가했다.
이에 정부는 쿠바를 북한에서 떼어내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왔다. 이번 카리브국가연합(ACS)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정부가 쿠바의 역점사업인 카리브해 도서해안의 모래침식 방지사업에 기여하기로 한 것도 쿠바와의 접촉면을 넓히기 위한 시도의 일환이다. 이에 윤 장관은 4일 현지 인터뷰에서 “박근혜정부 들어 쿠바와의 관계개선을 위해 조용하지만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며 “이번 방문 자체가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경제적으로 쿠바를 중남미 시장의 교두보로 활용하려는 구상 또한 본격화하고 있다. 2005년 현지 사무소를 개설한 KOTRA는 지난달 쿠바 정부와 국영기업 관계자들을 대거 한국으로 초청해 사상 최초로 무역상담회를 열기도 했다. 이미 쿠바에서는 한국의 자동차와 가전제품, 한류드라마가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어, 양국간 관계개선에 물꼬가 트여 민간교역이 본격화할 경우 상당한 수출효과가 기대된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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