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체 넥슨의 비상장 주식을 샀다가 팔아 거액의 차익을 챙긴 진경준 검사장의 주식 매입 대금을 넥슨이 제공한 것으로 밝혀졌다. 넥슨이 자사 주식을 사라며 검사에게 돈까지 대주었으니 기업과 검사의 유착에 따른 특혜 논란이 더욱 커지게 됐다. 자금 출처에 대한 진 검사장의 소명이 모두 거짓으로 확인됐으니, 공직자의 윤리 감각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넥슨은 2005년 진 검사장을 비롯해 김상헌 네이버 대표, 박성준 전 NXC(넥슨 지주회사) 감사에게 각각 4억2,500만원을 주식 매입 자금으로 제공했다고 시인했다. 회사의 장기적 발전과 경영권 보호를 위해 이들을 우호적 투자자로 판단해 자금을 댔다는 것이 넥슨의 해명이다.
하지만 넥슨은 2005년 한 해에만 825억원의 순이익을 냈고 이 회사 주식은 큰 시세차익이 예상돼 시장에서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기가 높았었다. 그런데도 넥슨 창업주인 김정주 NXC 대표의 서울대 동문인 세 사람에게 돈까지 빌려주며 주식을 헐값에 넘겼으니 특혜 시비와 도덕성 논란이 불가피해졌다. 이번 일로 당장 넥슨은 기업 이미지가 크게 실추됐다. 게다가 “김정주 대표가 사실상 배임을 저질렀다”는 여론까지 일고 있다. 김 대표가 자금 대여 과정에 얼마나 개입했는지 또한 철저히 밝혀 마땅하다.
진 검사장의 자세는 공직자의 추락한 도덕 의식을 생생히 보여준다. 그는 금융정보분석원(FIU) 파견 근무를 마친 직후 넥슨 주식을 매입했고, 이 주식을 보유한 상태에서 금융수사를 전담하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 2부장을 맡았다. 특히 3월 고위공직자 재산 공개 당시 넥슨 비상장 주식을 처분해 122억원의 차익을 거둔 사실이 밝혀지자 처음에는 자기 돈으로 주식을 샀다고 했다가 이후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조사에서는 처가의 도움을 받았다고 둘러대는 등 거짓을 일삼았다. 불법과 부정을 적발해 벌해야 할 검사가 아무렇지도 않게 거짓말을 하는 것은 검찰 조직 전체에 대한 불신을 부르고도 남는다. 안 그래도 검사장 출신의 홍만표 변호사가 수임 비리로 구속돼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마당이다.
진 검사장의 경우 공소시효가 지나 뇌물 수수나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형사처벌을 하기에는 어렵다고 한다. 하지만 국민 감정은 엄정한 수사와 관련자 엄벌 쪽으로 기울어 있다. 검찰은 형사처벌의 어려움 등을 핑계로 어물쩍 넘어가지 말고 스스로의 명예 회복과 국민적 의혹 해소를 위해 형사처벌과는 별개로 철저하게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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