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칸디나비아의 자존심’ 볼보자동차가 2010년 중국 지리(吉利)자동차에 인수된 것은 세계 자동차 업계의 일대 사건이었다. 본사와 공장이 그대로 스웨덴에 있고, 설계와 생산도 이전과 전혀 달라진 게 없지만 중국 자본의 유입은 볼보차를 한 수 낮춰보는 선입견을 퍼뜨렸다.
이런 볼보가 칼을 제대로 갈고 만든 차가 ‘더 올 뉴 XC90’이다. 기본골격(플랫폼)부터 엔진과 변속기, 실내디자인까지 완전히 바꾼 최상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자 볼보의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모델이다.
지난달 30일 인천 중구 네스트호텔에서 출발해 영종도와 인천대교를 거쳐 송도국제도시까지 왕복하는 100여㎞ 구간에서 XC90을 시승했다. 갈 때는 2.0ℓ 4기통 디젤 엔진이 장착된 ‘D5 AWD’, 올 때는 2.0ℓ 가솔린 터보 엔진 모델인 ‘T6 AWD’였다.
XC90의 군더더기 없는 직선 위주의 단순한 디자인은 균형 잡힌 탄탄한 차체와 잘 어울렸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의 SUV들과 비교해도 디자인은 전혀 뒤질게 없었다.
내부도 환골탈태를 하며 깔끔해졌다. 1열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공간(센터페시아)에는 버튼이 단 7개밖에 없었다. 모든 기능이 세로형 9인치 터치 스크린 속으로 들어가며 조작 편의성이 대폭 높아졌다. 다만 거의 모든 7인승 SUV가 그렇듯 XC90도 3열은 무릎 공간이 너무 좁아 한숨이 나왔다.
2.0 엔진인데도 최고출력이 디젤 엔진은 230마력, 가솔린 엔진은 320마력이나 돼 가속력 부문은 흠잡을 데가 없었다. ’안전의 대명사’ 볼보가 자랑하는 반자율주행 기술 ‘파일럿 어시스트Ⅱ’도 만족스러웠다. 인천대교에서 속도를 시속 100㎞로 설정하자 곡선 구간에서도 차선을 따라 부드럽게 스스로 주행했다. 운전대에서 손을 떼자 헤드업 디스플레이(HUD)에는 “조향하십시오”란 빨간색 경고가 떴다. 반자율주행 기능은 차선이 명확한 국도에서도 똑같이 작동했다.
XC90에는 도로 이탈 사고 시 흉추와 요추 부상을 방지하는 시스템도 세계 최초로 적용됐다. 운전자를 시트에 최대한 밀착시켜 부상을 최소화하는 기술인데 직접 시험해 보지는 못했다.
전량 스웨덴 토스란다 공장에서 생산되는 XC90은 볼보가 최근 내놓은 차들 중 가장 뜨거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대기물량이 4만여대나 된다. 국내에서는 500여대가 계약됐는데, 다음달 초부터 인도될 예정이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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