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전략ㆍ경제대화를 코 앞에 두고 추진된 미국의 강경 압박으로 중국이 기로에 섰다. 정면대결과 굴복 모두 피해야 할 선택이지만 현재로선 마땅한 대응카드를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현 상황을 어떻게 돌파하느냐는 내년 집권 2기 출범을 앞두고 1인 지배체제 강화에 나선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정치적 입지와도 맞물려 있다.
중국이 당장 선택 가능한 방안은 자국 내 미국 기업들에 대한 사실상의 보복조치다. 국제적 기준에 비춰 여전히 뒤떨어져 있는 중국의 경제시스템이 역설적이게도 실질적인 비관세장벽이라는 무기로 기능할 수 있다. 미국이 사실상 중국 은행들을 겨냥한 추가 대북금융제재에 이어 화웨이를 직접 타깃으로 삼고 나서자 중국 당국의 미국 기업들에 대한 보복 가능성이 거론되기 시작한 상태다.
중국이 남중국해에서의 무력조치를 강화해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도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다. 중국 군부가 최근 동중국해에 이어 남중국해에 대해서도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할 가능성을 내비친 게 단적인 예다. 벌써부터 중국이 선포할 남중국해 방공식별구역에 영유권 분쟁지역 전체가 포함될 것이란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이 같은 방안들을 시행하기엔 부담이 상당한 게 사실이다. 미국은 환율ㆍ반덤핑 등 추가적인 대중 압박 수단을 갖고 있다. 중국으로선 경기둔화세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미국과의 전면적인 통상마찰이 치명적일 수 있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서도 현 시점에선 군사력 열세가 분명하고 방공식별구역 선포 시 주변국 전체와 대립 양상으로 번질 수도 있다.
이와 관련, 베이징 외교가에선 중국이 경제ㆍ통상 분야에선 미국과 적절한 타협점을 모색하되 외교ㆍ안보 분야에선 당분간 긴장을 유지하는 쪽으로 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미국이 외환 개입 가능성이나 반덤핑 제소 같은 구체적인 행보를 취하지 않도록 사전에 관리함으로써 현재 진행중인 공급 측 구조개혁을 원만히 추진하는 게 시진핑 체제의 최대 과제이기 때문이다.
대신 정치적으로는 일반 국민들의 체감도가 높은 외교ㆍ안보 현안과 관련해선 충돌도 불사하는 강한 이미지 제고가 필수이기도 하다. 특히 내년에 중국 최고지도부의 상당수가 교체될 예정임을 감안하면 시 주석이 대외적으로는 의식적인 강경노선을 취할 공산이 크다. 한 외교소식통은 “미국과 중국 모두 전면적인 충돌에 대한 부담이 큰 만큼 전략ㆍ경제대화를 포함해 직간접적인 채널을 통해 타협점을 모색하게 될 것”이라며 “다만 중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나 국제사회의 대북 대화채널 복원을 대미 압박ㆍ공세의 소재로 활용할 수 있는 만큼 우리 정부도 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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