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 가습기 살균제 조사
롯데홈쇼핑 영업정지 이어 줄악재
호텔롯데 해외설명회 취소
면세점 추가 입찰 악영향도 우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이 불거지면서 이달 말로 예정됐던 호텔롯데의 상장 일정이 차질을 빚게 됐다.
5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6일부터 약 1주일 간 홍콩, 싱가포르, 뉴욕, 런던 등 국제 금융도시를 돌며 해외 투자자를 상대로 ‘딜 로드쇼’(주식 등 자금 조달을 위한 설명회)를 개최할 계획이었으나 행사 일정을 취소했다. 당초 롯데그룹은 호텔롯데의 ‘딜 로드쇼’를 성공적으로 마친 후 이달 15~16일 수요 예측, 21~22일 청약을 거쳐 오는 29일 유가증권 시장 상장을 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검찰이 이달 2일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자택과 호텔롯데 면세사업부 등을 전격 압수수색하면서 계획된 일정이 꼬였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녀인 신 이사장은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측으로부터 롯데면세점 입점 대가로 15억원의 뒷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딜 로드쇼 일정 취소에 대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검찰 수사 등 주주와 투자자 들에게 중요한 정보는 상장에 앞서 반드시 금융위원회와 증권거래소 등 관련 기관에 통보하고 협의해야 하는데 연휴 때문에 그럴 시간이 없었다”며 “정식 보고와 협의 없이 딜 로드쇼를 시작할 수 없기 때문에 일정이 사실상 취소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연휴가 끝난 7일 관계기관과 주관사 간 협의를 거쳐 딜 로드쇼와 상장 일정이 확정될 것”이라며 “딜 로드쇼가 연기된 것일 뿐 상장 연기 등은 결정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협의 결과에 따라 딜 로드쇼 등의 일정을 축소ㆍ조정해 29일 상장을 예정대로 진행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지만 업계에서는 상장 일정 연기가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과 관련해 롯데마트의 전현직 임원들이 사법처리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고, 롯데홈쇼핑이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허위 사실을 기재해 6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는 등 잇따른 계열사 악재에 이어 호텔롯데 상장까지 차질을 빚게 되면서 롯데그룹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호텔롯데 상장은 지난해 8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경영권 분쟁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직접 약속했던 사안이며, 신 회장은 지난달 30일 열린 기업설명회에 직접 참여할 정도로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또한 이번 로비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올해 연말 판가름 나는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에도 치명적인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면세점 특허 심사 기준 중 면세물품ㆍ매장 관리 역량, 기업이익 사회 환원ㆍ상생협력 노력 등의 항목에서 감점을 받게 되면 거의 확실시되던 잠실 월드타워점의 재승인도 장담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호텔롯데의 기업가치가 떨어지면 공모가가 떨어지는 등 흥행 실패도 우려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로비에 조직적인 관여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호텔롯데 상장 계획은 변함없이 진행된다”고 말했다.
한편 호텔롯데의 공모 주식 수는 4,785만5,000주이며, 공모가는 9만7,000원~12만원, 공모금액은 4조6,419억~5조7,426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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