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공장서 400㎏… 주민들 대피

“몇 년 째 사고가 계속 터지니 불안해서 살 수가 없어유.”
4일 충남 금산군 군북면 한 화학공장 인근 주민들은 저녁 먹을 새도 없이 군북초등학교 체육관으로 대피했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불안한 마음에 뜬 눈으로 밤을 새야 했다.
주민들이 허겁지겁 대피한 것은 이날 저녁 반도체 화학제품 제조업체인 램테크놀러지에서 불산이 유출됐기 때문이다. 이 회사에선 이날 오후 6시 35분쯤 불산과 물을 섞은 ‘불산 완제품’ 400㎏(불산 원액 100㎏)이 유출됐다. 이날 사고로 일부 주민이 어지럼증을 호소해 병원 치료를 받았다. 불산은 전자회로 제조 등에 이용되는 산업용 원재료로, 인체 침투성이 강해 호흡기와 눈, 피부에 흡수돼 심한 자극을 준다.
경찰은 하역장에서 배관을 통해 불산 완제품을 탱크로리에 옮겨 싣는 과정에서 압력이 높아 넘쳤거나 배관에 이상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주민들의 대피는 이번 만이 아니다. 2014년 8월에는 불산 7㎏이 유출돼 공장 근로자 4명과 인근 주민 3명이 구토와 어지럼증으로 병원 치료를 받았다. 2013년 1월과 7월에도 불산 유출로 마을 하천의 물고기 수 천 마리가 떼죽음을 당하고, 나무가 고사됐다. 같은 해 5월에는 질산이 유출되기도 했다.
반복되는 사고와 피해는 안전불감증 때문이다. 업체는 사고가 발생해도 안전 매뉴얼을 지키지 않았다. 실제 현재 경찰이 파악한 사고 시간은 6시 정도로 업체 측은 곧바로 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들은 업체에서 신고를 1시간 정도 늦게 했다고 주장했다.
늑장 신고는 2014년 8월 사고 때도 마찬가지다. 당시 탱크로리에서 저장고로 불산을 옮기는 과정에서 일부가 넘쳐 작업자 4명이 병원 치료를 받았고, 인근에서 벌초 중이던 주민도 불산에 노출됐다. 하지만 업체는 곧바로 신고하지 않았다.
불산 유출이 반복되자 불안감에 휩싸인 주민들이 비상대책위원회 꾸려 공장 앞에서 항의 집회를 했다. 업체 측은 철저한 안전관리를 약속했다. 지난 19일 업체는 사고 발생 구역에서 화학물질 대처 훈련도 했다. 하지만 불과 보름 만에 또다시 불산 유출 사고가 발생하면서 업체 측의 안전불감증을 그대로 드러냈다.
군북면 조정리 황규식 이장은 “훈련까지 해놓고 사고가 났다는 건 안전관리 매뉴얼이 무용지물이라는 것 아니냐”며 “업체는 물론, 환경 당국도 늑장 대응을 하니 이제 아무도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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