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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의 시 한 송이] 복숭아

입력
2016.06.0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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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난 미친 복숭아나무에서 태어난 털 없는 짐승입니다. 나는 한 번도 입을 벌린 적이 없습니다. 다만 안으로 자라난 손으로 안 보이는 문장을 기록했을 뿐입니다. 밖으로 내뱉고 싶은 말을 가둘 때마다 가려운 솜털이 생겨났습니다. 입을 벌리려면 온몸을 벌려야 했습니다. 너는 부끄러운 게 많구나, 세상을 모르는구나, 나를 함부로 쓰다듬었습니다. 나는 참으면서 점점 빨개졌습니다.

내가 다스리는 나라에서 어찌 이런 맹랑한 게 태어날 수 있지? 멍들고 부풀어 있는 나를 보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래, 난 견디느라고 맹랑한 것이 되었습니다. 태어날 때 울지 않은 이유를 기억했습니다. 최초의 위엄을 붙잡고 세상을 견뎠습니다. 그것만이 내가 가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이야기꾼인 나의 말이 들리나요? 멍과 피가 섞여 분홍이 된 나의 안에는 문장이 펄럭입니다. 포스트잇은 가벼운 것입니다. 그러나 문장이 적힌 포스트잇은 떼어내기 어렵고, 그 포스트잇이 모이면 이제 막 물가에 도착한 아기바구니가 됩니다. 신생은 신성한 것입니다. 새로운 바다는 어디에서 나타날 수 있을까요? 포스트잇은 다른 것이 될 수 있습니다. 그걸 어떻게 믿냐고요? 내가 지나온 여정을 보세요. 태어날 때 울지 않았습니다. 위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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