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키나와(沖繩)에서 주일미군 군무원이 일본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데 이어 이번엔 미군 장병이 음주운전으로 일본인 2명을 다치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오키나와 민심을 달래기 위해 미일간 주둔군지위협정(SOFA) 운용방식 개선에 합의한 가운데 또다시 악재가 터지면서 양국 정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오키나와의 주일미군 가데나(嘉手納) 기지에서 복무중인 미 해군 하사 M씨(21)는 4일 밤 오키나와 현내에서 술취한 채 승용차를 몰다 도로를 역주행해 차량 2대와 정면충돌했다. NHK에 따르면 일본인 남녀 2명이 다쳤고 여성 부상자는 가슴뼈가 골절되는 중상을 당했다. 체포된 M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기준치의 약 6배로 측정됐다.
나카타니 겐(中谷元) 일본 방위장관은 5일 출장지인 싱가포르에서 일본 언론에 “지난번 미군 군무원 사건 이후 기지 밖에서의 음주를 제한하고 있었음에도 재차 미군에 의한 사고가 일어난 것은 극도로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미군에 유감의 뜻을 전하는 동시에 강력히 항의하고 철저히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도록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장관도 캐럴라인 케네디 주일 미국대사에게 유감을 표명하고 항의했다고 교도(共同)통신이 전했다.
앞서 오키나와현 가데나 기지 안에서 근무하는 미국 해병대 출신 군무원(32)이 오키나와에서 20세 일본인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지난달 경찰에 체포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애슈턴 가터 미 국방장관과 나카타니 방위장관은 미군 군속(군무원)의 범위를 명확하게 하도록 협의를 시작하기로 4일 합의했다. 하지만 양측은 협정의 개정이 아닌 운용방식 개선에 무게를 두고 있어 격앙된 오키나와 여론을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음주운전 사고가 더해지면서 협상에서 일본측이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됐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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