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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로 세상읽기] 불안사회, 무엇이 우리를 불안하게 하나

입력
2016.06.05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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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가 개원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아직 원 구성에 대한 합의가 미진해 본격적인 활동이 늦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각 당에서는 이번 국회의 최우선 과제로 설정한 민생을 파악하기 위해 다양한 행보를 재촉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경우 미세먼지에 대한 대책 및 논의를 첫 번째 당정협의의 주제로 설정했고, 더불어민주당의 남인순 의원은 지난 3일 가습기살균제 관련 토론회를 개최했다. 모두 국민들의 일상과 밀접히 연관돼 있는 이슈다.

정부와 정당이 당면하고 있는 민생과제를 해결함으로써 달성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국민들의 편안하고 행복한 삶이다. 이를 위해 우선 고려가 필요한 부분은 무엇을 불편하게 생각하고, 또 불안해하는지에 대한 파악이다. 효과적인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상황과 쌓여있는 문제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선결돼야 한다. 이런 취지에서 금번 ‘빅데이터로 세상읽기’에서는 지난 10년간의 기사 분석과 최근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불안에 대한 지형과 변화 흐름을 살펴보고자 한다.

기사 속에서의 불안, 경제 영역이 압도적

먼저 지난 10년간의 기사 분석을 통해 기사 속에 나타난 불안의 출현 횟수를 살펴봤다. 공론의 장이라고 할 수 있는 신문 기사에서 나타난 ‘불안’의 빈도 및 추이는 곧 사회적 불안의 정도와 양상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제공하는 빅카인즈 시스템을 통해 한국일보를 포함하여 총 10개 일간지에서 분석 대상 기사를 추출했다.

불안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불가피한 만큼 어느 사회에서나 상존할 수밖에 없는 요소다. 우리의 경우에도 그림에서 나타나듯 기사 속에서 불안에 대한 언급은 비교적 꾸준히 나타나고 있었다. 분석 기간 중 눈에 띄게 불안을 포함한 기사의 생산량이 높게 나타난 시기는 2008년 10월과 2015년 6월이었다. 2008년 10월의 경우 미국 투자은행인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인한 국제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매우 극심했던 시기였다. 또 비교적 최근인 2015년 6월에는 메르스 확산으로 인해 전염에 대한 공포가 급속히 고조되고 있었다. 이러한 전반적인 추이를 내용적인 면에서 좀 더 세밀히 살펴보고자 기사 속의 연관어들에 대한 분석을 시도했다.

무엇보다 지난 10년 간에 걸쳐 불안과 관련해 가장 밀접한 연관을 보인 영역은 경제와 관련한 부문이었다. 다소의 차이를 볼 수 있었던 것은 전반기 5년인 2006년부터 2011년까지의 경우 세계 경제의 불안정으로 인한 경제적 불안이 두드러졌던 반면 2011년부터 현재까지 기사에 나타난 연관어는 ‘가계부채’와 ‘내수침체’, ‘경기침체’ 등으로 나타나 국내 경제 상황에 대한 불안이 보다 큰 비중으로 변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사회적 측면에 있어서는 이념적 차원에서의 사회갈등 이슈들과 GMO(유전자 재조합 식품)에 대한 논의들이 불안과 관련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반면 분석의 전반기에 나타났던 ‘천안함’이나 ‘북한리스크’, ‘대북정책’과 같은 북한 관련 이슈들이 후반기에는 상대적으로 줄어든 반면, 전 사회적으로 광범위하게 불안을 증폭시켰던 ‘메르스’ 및 ‘자기계발’, ‘코칭’, ‘힐링’, ‘스마트폰’ 등 개인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생활 이슈의 등장이 새로운 양상으로 나타났다.

개인들에겐 일상 자체가 불안하다

기사에 나타난 불안의 요소들과 함께 일상 속의 개인들은 어떤 이유에서 불안을 느끼고 있는지 SNS를 통해 파악해봤다. 지난 3개월간(2016년 3월 2일~6월 1일)의 트위터와 블로그에 대한 분석 결과 불안과 관련해 가장 빈번하게 나타난 내용은 ‘오늘’, ‘시험’, ‘자신’, ‘관계’, ‘일’ 등이었다. 시험이나 일과 같이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것에 대한 불안은 쉽게 이해가 가능하지만, 미래가 아닌 오늘, 타인이 아닌 자신,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부분은 앞으로 보다 심층적인 논의를 필요로 하는 요소라고 생각된다.

특히 관계의 경우 최근 새롭게 나타나 회자되고 있는 ‘관태기(관계+권태기)’라는 말에서도 느껴지듯 함께 살아가며 서로에게 의지가 되어야 하는 상대방에 대한 불안이기에 개인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더욱 클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남자’, ‘여성’, ‘사람들’, ‘연인’ 등 또한 관계로 인한 불안의 대상으로 파악된다.

적당한 ‘긴장’은 일의 능률과 성과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지만 불안은 사뭇 얘기가 다르다. 아직 다가오지 않은 시간에 대한 ‘계획’과 ‘미래’에 대한 불안을 건강한 긴장 속에서의 불안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현대인들의 삶 속에서 필수요소자 환경이라 할 수 있는 ‘핸드폰’, ‘학교’, ‘하루종일’, 그리고 ‘휴식’ 등에서는 편재화된 불안 속에 살아가고 있는 개인들의 일상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마지막으로 최근 사회적으로 크게 논란이 된 ‘혐오’나 ‘묻지마’ 범죄, ‘성범죄’ 등의 이슈와 함께 먹거리와 관련해 수년간 지속적으로 논의되어 온 GMO 이슈가 있다. 불안을 느끼는 주체는 개인이지만 해결은 개인의 차원을 넘어서는 문제들이다. 새로이 시작되는 국회에서 진정성 있는 대책 마련과 효과적인 정책의 시행으로 국민들이 느끼고 있는 불안의 요소를 근본적으로 제거해 가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배영(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

데이터 출처:

※ 뉴스기사 -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아카이브 분석시스템 빅카인즈 서비스(www.kinds.or.kr).

※ SNS 데이터- 조사전문업체인 닐슨코리안클릭(koreanclick.com)의 버즈워드(Buzzword)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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