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지난달 비수도권까지 확대 적용됐지만 국내 주요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는 꺾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6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지난달에만 3조5,000억원이 늘어 올해 들어 월별 증가액으로는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의 적용을 받지 않는 집단대출이 5월 대출 증가액의 절반을 차지했다.
5일 각 은행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농협·기업 등 6대 은행의 5월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360조1,377억원으로, 전월인 4월(356조5,956억원)에 견줘 3조5,421억원이 늘었다.
이는 올해 증가액으로는 최대 규모다. 5월 이전 6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3조2,067억원이 증가한 4월에 가장 많이 늘었고, 3월 2조1,628억원, 1월 1조3,308억원, 2월 8,460억원 순으로 증가했다.
지난 2월 수도권부터 적용되기 시작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의 영향으로 2~3월 대출 증가세가 한풀 꺾인 듯 했지만 4월부터 다시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이사 철을 맞아 주택 거래가 급증한 영향이 크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지역의 5월 아파트 거래 건수는 1만350건으로, 올해 들어 거래량이 가장 많았다.
지난 4~5월 거래 건수는 1만8,903건으로, 1~3월 석 달 치 거래 건수(1만7,417건)를 웃돌았다.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적용을 받지 않는 집단대출의 급격한 증가세도 주택담보대출 급증에 견인차 역할을 했다.
집단대출이란 신규 아파트를 분양할 때 차주(대출자) 개인의 상환능력에 대한 심사 없이 중도금과 이주비, 잔금 등을 빌려주는 은행 대출상품을 말한다.
6대 은행의 집단대출은 5월에만 1조8,016억원이 증가해 5월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의 50.8%를 차지했다.
전체 주택담보대출 잔액에서 집단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29.4%(106조290억원)인 것에 견줘보면 집단대출 증가세가 두드러진 셈이다.
4월에 이어 5월에도 5만호 안팎의 아파트가 분양되는 등 작년에 이어 올해도 분양열기가 이어지면서 집단대출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지난해 분양된 아파트의 중도금 대출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도 집단대출 증가에 한 몫하고 있다. 통상 아파트를 분양받는 사람은 전체 매매대금의 60~70%를 2년여에 걸쳐 중도금으로 분할 납부한다.
집단대출은 지난 2월 이후 6대 은행에서만 7조원 이상 급증하며 주택담보대출의 증가세를 주도하고 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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