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위험하다면 알바에게도 위험하다”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가 발생한지 일주일째인 4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와 김모(19)군을 추모하고 비정규직의 안전을 보장하는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아르바이트노동조합(알바노조) 소속 조합원 70여명은 4일 오후 5시쯤 서울 광진구 구의역 4번 출구 앞 맥도날드 앞에 모여 집회를 열고 “사고의 책임은 김군의 안전불감증이 아니라 반복된 사고에도 업무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외주업체와 그 관리를 나태하게 한 서울메트로, 공기업 비용절감에만 관심이 있었던 정부에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박정훈 알바노조 위원장은 “지난해 산업재해 사망자는 1,800여명에 달하고 김군 같은 청년노동자의 죽음도 계속 이어져 왔다”며 “우리 역시 또 다른 김군이 될 수 있다는 걸 기억하고 사람보다 돈을 중시하는 일자리를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사고 이후 ‘구의역 스크린도어 9-4 승강장’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든 김종민 청년전태일 대표는 “김군의 어머니는 ‘똑 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은성 PSD에 취직한 김군의 친구만은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며 “김군 어머니의 바람을 이뤄드리기 위해서라도 이 사고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알바노조는 이날 6시쯤 구의역 1번 출구에서 집회를 하고 있던 청년단체 ‘청년 전태일’회원 100여명과 함께 집회를 이어나갔다. 이후 사고가 난 구의역 9-4 승강장 스크린도어로 이동해 김군을 추모하는 포스트잇을 붙이고 헌화를 하고 김군의 빈소가 차려진 건국대병원까지 추모 행진을 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모임인 '삼성·SK·LG·태광·씨앤앰 기술서비스노동자 권리 보장과 진짜사장 재벌책임 공동투쟁본부'(이하 투쟁본부)도 이날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투쟁본부는 “김씨 이전에도 성수역ㆍ강남역 등에서 비슷한 사건이 발생해 왔다”며 “그 근본 원인은 서울시와 서울메트로의 외주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 ‘슈퍼 갑’인 원청이 하도급 직원의 고용에 관여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노동조건 개선이나 고용안정 등 사용자로서의 의무와 책임을 부정하고 있다”며 “이 같은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 이상 비정규직 안전사고는 반복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구의역에는 김군의 죽음을 애도하는 시민들의 발걸음도 계속됐다. 오후 4시쯤 구의역을 찾은 시민 안지연(25ㆍ여)씨는 “서울메트로에서 추모공간을 역무실 옆으로 옮겼지만 김군이 사고를 당한 곳에서 그의 마음을 달래고 싶었다”며 승강장 앞에서 묵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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