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양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 관해선 일체 논의하지 않았다고 우리 국방부가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사드의 ‘사’자도 안 나왔다”고 말했다.
양국 회담 직전 벌어진 사드 ‘엇박자’ 논란이 부담스러운 듯 양국 공히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에쉬튼 카터 미 국방장관을 비롯한 미측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사드 배치 계획이 임박했다는 뉘앙스를 흘렸지만, 우리 국방부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하며 온도차를 드러냈다.
양국은 이날 30여분 간 이어진 회담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한미는 물론 국제사회가 철저한 대응 체제를 유지해나가야 한다는데 공감했다. 카터 국방장관은 대한민국 방어에 대한 미국의 철통 같은 공약을 재확인하며 한미동맹에 대한 굳건한 의지를 과시했다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한국 장관으로는 5년 만에 나선 기조연설을 통해 북한이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태도 변화를 보일 때가지 대북 제재 국면이 철저하게 유지돼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다. 한 장관은 최근 북한의 대화 제의와 관련 ‘위장 평화공세’라고 일축한 뒤 진정성 없는 무의미한 대화에 매달리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그러면서 한 장관은 “우리가 원하는 대화는 북한이 핵 포기의 전략적 결단을 내리고 이를 행동으로 실천한 후, 남북이 화해와 협력의 물꼬를 트기 위한 진지한 대화”라고 강조했다.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선 국제 규범을 준수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 장관은 “항행과 상공비행의 자유가 보장되는 가운데 분쟁을 관련 합의와 국제적으로 확립된 행동규범에 따라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미국의 입장과 궤를 같이 하는 발언이었다. 그러나 국방부 관계자는 “누구 편을 들었다기 보다는, 국제규범과 더불어 평화적 해결을 강조한 원칙적 발언이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한 장관은 역내 국가 간 신뢰 형성 및 국방정책의 투명성 제고, 다자 안보 협의 채널 구축 등을 통해 아시아 역내 불확실한 안보위기를 해소해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이날 기조연설에서 카터 국방장관은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원칙’이란 단어를 40여 번이나 언급하며 중국을 대놓고 압박했다. 카터 장관은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미국은 항행, 항공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는 국제규범 원칙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며 “중국이 이런 핵심적인 원칙을 유지하지 않는다면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싱가포르 =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