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뒤끝뉴스] 군대 짬밥은 동네북인가요?

입력
2016.06.04 11:00
0 0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매번 한우값이 오르내리면 정부의 단기수급대책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군납물량인데요, 이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달 26일 발표한 한우값 수급안정 대책에도 어김없이 등장했습니다. 단기 출하물량 확대를 위해 고정수요 물량인 군납의 일정 부분(10%)을 닭고기 및 계란으로 대체해 시중물량을 늘리겠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군납 물량의 10%가 어느 정도이고, 이게 단기 시중물량 확대에 얼만큼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매번 수급대책에 등장하는 걸까요. 농협중앙회 등에 따르면 소고기의 군납 수요는 연간 약 3,000톤 가량입니다. 이 중 10%면 300톤이죠. 하지만 이는 연간 국내에서 유통되는 한우 물량(약 25만6,000톤)의 0.12%에 불과합니다. 매우 미미한 수준이죠. 때문에 농식품부 내부적으로도 “시중물량의 1%도 채 되지 않는 걸 굳이 수급대책이라며 내놓는 게 무리가 있는 건 사실”이라는 반응이 나옵니다.

군납물량을 조정하는 건 한우값이 떨어졌을 때도 마찬가지 입니다. 4년 전 한우공급량이 급증하면서 한우값이 폭락하자 정부는 지금과는 반대로 군인들에게 돼지고기 대신 소고기를 먹이겠다고 했습니다. 수입산 소고기도 한우로 대체하겠다고 했죠.

비단 소고기뿐만이 아닙니다. 농축수산물 장르를 가리지 않고 뭐든 과잉 혹은 과소 생산되면 곧바로 군납 물량이 영향을 받는 상황입니다. 1999년 제주도에서 귤생산이 급증했을 때는 가격 폭락을 막기 위해 군인들에게 일주일 동안 어마어마한 양의 귤을 공급했습니다. 당시 군인들 사이에서는 ‘귤 파동’이라 불리기도 했는데요, “귤을 너무 많이 먹어서 얼굴이 노랗게 질렸다” “귤만 보면 토할 것 같다”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습니다.

MBC 예능프로그램 ‘진짜 사나이’ 혜리. 방송 캡처
MBC 예능프로그램 ‘진짜 사나이’ 혜리. 방송 캡처

정부가 무슨 일만 나면 군납 물량부터 좌우하자 재미있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2006년에 ‘오징어 풍년’이라 할 정도로 오징어 어획량이 크게 늘었는데요, 그러자 해양수산부 장관이 오징어값 폭락을 위해 국방부, 방위사업청을 방문해 오징어 군납 물량 확대를 요청한 겁니다. 당시 군에서는 귤 파동에 맞먹는 오징어 파동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속출했습니다.

군납은 식자재 비리도 끊이지 않습니다. 2009년에는 젖소고기를 일반 쇠고기로, 군납에서 제외해야 할 저질 돼지고기를 정상육인 것처럼 속여 납품한 사례도 있고, 2008년에는 유통기한 지난 냉동 닭을 해동해 정상 닭으로 속이는 일도 발생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조류독감(AI) 발생하면 닭튀김 삼계탕 등 닭 메뉴가 주로 나오고, 돼지고기 문제 발생하면 돼지고기가 유독 많이 나오는 것 같다는 루머까지 돌고 있습니다. 그만큼 정부 당국이 신뢰를 잃은 겁니다.

군인은 나라와 국민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들입니다. ‘나랏돈으로 공짜 밥을 먹여주는데 뭐든 그냥 맛있게 먹어라’라는 식의 일방적인 대응은 군인들의 전투력과 애국심을 떨어뜨릴 뿐 아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신뢰를 잃는 건 한 순간이지만, 도로 회복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사소한 것이라도 군인들에 대한 정당한 대우 및 전투력 유지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함을 명심해야 합니다.

세종=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