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드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고원준(26)이 이적 후 첫 등판에서 1,133일 만에 선발승을 거두며 성공적인 신고식을 치렀다.
고원준은 3일 잠실 SK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안타 3개와 볼넷 2개를 내줬지만 삼진 4개를 곁들여 1실점으로 틀어 막았다. 타선의 지원을 받아 3-1, 2점차 리드를 안고 내려온 고원준은 팀이 4-1로 이겨 4전5기 끝에 시즌 첫 승(1패)을 따냈다. 그는 2013년 4월27일 잠실 LG전에서 7이닝 1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된 이후 1,133일 만에 1승을 추가했다.
고원준은 이날 효과적인 투구 수 관리로 76개를 던졌고, 직구 최고 시속은 142㎞로 빠르지 않았지만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그리고 최저 시속 83㎞까지 떨어트리는 느린 커브로 상대 타자의 타이밍을 뺏었다. ?
고원준은 지난달 31일 오른손 투수 노경은(32)과 1대1 트레이드로 롯데를 떠나 두산에 새 둥지를 틀었다. 2010년 넥센에 처음 입단할 당시만해도 미래가 촉망되는 기대주였지만 2011년 롯데로 트레이드 된 이후 좀처럼 기량을 꽃피우지 못했다.
2011년 9승7패에 평균자책점 4.19로 가능성을 내비쳤던 것도 잠시, 이듬해 3승7패 평균자책점 4.25, 2013년 1승4패 평균자책점 5.61로 갈수록 부진했다. 또 자기 관리에 소홀하다는 질책도 들었다. 2013년 시즌 후 군 입대를 하고 올해 다시 합류해 5선발 중책을 맡았지만 4경기에서 승리 없이 1패 평균자책점 5.59로 반등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던 중 두산과 갈등을 빚은 노경은이 트레이드 시장에 나왔고, 토종 선발진의 공백을 느끼고 있는 롯데가 먼저 움직였다. 이적 카드를 맞추는 과정에서 두산이 선발과 불펜으로 모두 활용할 수 있는 고원준을 택했다.
기회는 생각보다 빨리 왔다. 당초 5일 SK전에 선발 등판할 예정이었지만 3일 선발 더스틴 니퍼트가 갑작스럽게 등 근육 담 증세를 호소한 탓에 대신 선발 마운드에 올랐다.
고원준은 1회와 2회를 연속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막았다. 3회 1사 후 8번 최승준에게 볼넷을 내주고 9번 김성현에게 우전 안타를 맞아 1ㆍ2루 첫 위기에 몰렸지만 1번 박재상을 2루수 병살타로 요리했다. 4회에는 공 9개로 아웃카운트 3개를 쉽게 잡았다. 5회에도 5번 박정권과 6번 이재원을 연속 삼진 처리하며 기세를 이어갔지만 이후 제구가 흔들렸다. 7번 고메즈에게 스트레이트 볼넷, 8번 최승준에게 몸에 맞는 볼로 2사 1ㆍ2루에 몰린 가운데 9번 김성현에게 1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그러나 1번 박재상을 2루수 땅볼로 막고 추가 실점 없이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부산에선 NC가 롯데를 5-3으로 제압했다. 넥센은 광주에서 시즌 8승(2패)째를 올린 신재영의 호투를 앞세워 KIA를 9-1로 완파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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