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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구덩이보다는 맨땅이지… 밀양이 접근성도 한수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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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구덩이보다는 맨땅이지… 밀양이 접근성도 한수 위”

입력
2016.06.0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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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ㆍ안전성 내세워

가덕도 매립 땐 환경훼손 심해

지반 침하ㆍ태풍 등 안전 위협

세계 10대 공항 중 9곳이 내륙

지난달 31일 경남 밀양시 하남읍 백산리에서 한 주민이 신공항 예정 부지를 가리키고 있다. 밀양=배유미기자 yum@hankookilbo.com
지난달 31일 경남 밀양시 하남읍 백산리에서 한 주민이 신공항 예정 부지를 가리키고 있다. 밀양=배유미기자 yum@hankookilbo.com

“물구디이(구덩이) 보다는 맨땅이지….”

섭씨 영상 30도를 오르내린 지난달 31일 오후 1시 경남 밀양시 하남읍 일대. 영남권신공항 입지 선정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는데도 유력 후보지인 이곳에서는 이상하리만치 유치 열기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심지어 신공항 유치 플래카드 한 장 붙어있지 않았다. 대구ㆍ경북이 신공항 대리전에 앞장서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밀양에는 조상대대로 물려받은 옥토를 헐값에 잃어버릴 지 모른다는 우려와 신공항 기대감이 묘하게 섞여 있었다.

이정문(77ㆍ하남읍 백산리) 할머니는 “공항이 들어오면 60, 70% 거지 된다. 보상받을 것도 없는데 자식한테 갈 것도 아니고, 실업자될 일만 남았다”고 푸념했다. 같은 동네 송문국(55)씨도 “밀양만큼 일조량 좋고 바람영향도 적은 옥토를 찾기 힘든데, 공항이 들어서면 보상을 받는다 해도 같은 등급의 땅을 구하기 힘들다”며 입지선정에 반대했다. 상당부분 보상이 열쇠를 쥐고 있는 듯한 말투였다.

밀양신공항의 미래 청사진에 기대를 거는 주민들도 많았다. 하지만 보상과 맞물려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주민들과 마찰을 피하려는 듯 목소리를 감추고 있었다. 최모(39)씨는 “밀양에 신공항이 들어오면 도시 전체가 지금과는 몰라볼 정도로 발전할 것”이라며 “보상을 받으면 농사를 그만두고 떠날 것이라는 주민들도 많다”고 말했다. 김모(68)씨도 “신공항 입지로 선정되면 나라에서 이주 및 보상대책을 내놓을 테고, 농사야 다른 곳에서 지으면 된다”고 말했다.

밀양이 잠잠한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한 주민은 “밀양은 2011년 신공항 추진 자체가 무산된 경험을 갖고 있다”며 “목소리를 내 봤자 불이익만 돌아올 수 있다는 무력감 때문에 정부의 결정이 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밀양 주민들의 심정이 복잡한 가운데 대구와 울산, 경북과 경남 4개 지자체 단체장과 밀양시장 등은 지난달 17일 “부산의 유치활동이 영남권신공항 추진을 중도 하차시킬 우려가 있다”며 활동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같은 달 31일에는 밀양시의회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이 최근 정계와 재계까지 동원해 무리한 유치전을 펼치고 있다”며 “영남권 5개 단체장이 약속한 신공항 합의정신을 위반하는 행태를 자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에 신공항이 들어설 경우 영남권 주요도시와 거리 차이가 상당하다. 남부권 신공항 범시도민 추진위원회 제공/2016-06-01(한국일보)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에 신공항이 들어설 경우 영남권 주요도시와 거리 차이가 상당하다. 남부권 신공항 범시도민 추진위원회 제공/2016-06-01(한국일보)

‘신공항 유치활동을 자제하고, 정부 결정에 따른다’는 4개 지자체는 내심 밀양 선정을 자신하고 있다. 남부권 신공항 범시도민 추진위원회에 따르면 밀양은 영남 주요도시에서 1시간 안에 갈 수 있는 접근성이 가장 큰 장점이다. 가덕도는 접근성이 취약해 국토 동남단의 지방공항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다.

영남권 지역별 항공화물 수출입량을 보면 대구ㆍ경북이 9만1,831톤으로 영남권의 43%를 차지하고, 울산ㆍ경남이 8만2,290톤(39%), 부산은 3만8,945톤(18%)에 불과하다. 또 영남지역 항공화물 수요 증가율이 2014년 기준 19.1%로, 전국 평균 13.6%를 훨씬 넘고 있어 밀양이 신공항으로 적지라는 분석이다.

여기다 밀양은 7.2㎢ 부지에 길이 3.2㎞, 3.8㎞의 활주로 2개를 건설해도 공사비가 4조6,000억원이면 충분하다는 경제성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반면 가덕도는 3.3㎢ 부지에 길이 3.5㎞의 활주로 1개를 건설하는데만도 6조원이 든다는 것이다.

안전성도 빼놓을 수 없다. 가덕도는 인근 김해공항, 진해비행장과 공역이 충돌하고 을숙도와 낙동강 철새, 선박 운항에 따른 안전 위협, 태풍과 해일에 취약한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지만 밀양은 이로부터 자유롭다는 게 대구 경북측의 주장이다.

여기다 가덕도는 생태자연 1등급 6곳이 훼손되고 대규모 매립에 따른 오염 등이 우려되지만 밀양은 생태자연이 훼손되지 않는 친환경공항이라는 장점까지 늘어놓고 있다.

추진위는 밀양에 대해 오해가 많다고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장애물이 많아 항공기 운항 안전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항공학적 검토를 하면 항공기 진입 표면상에 있는 산봉우리 4개의 일부만 절토하면 안전성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밀양은 산을 많이 깎아야 한다’는 대목에 대해서는 “가덕도의 국수봉 절취 암석은 대부분 모래수준으로 파쇄해야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해양 매립재로 부적합하다”며 “육지와 해상에 걸친 활주로가 각각 다른 침하현상을 보일 우려가 크다”고 반박했다. 또 가덕도 공항은 최대 깊이 17m의 수심과 49m의 연약지반 때문에 침하현상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밀양은 24시간 전천후 운항이 힘들다’는 주장에는 “인천공항도 밤 11시∼새벽 5시에는 전체 항공편의 4%인 25편만 운항하기 때문에 공항 운영의 효율성을 위해 단순 시간 개념보다 항공기 이ㆍ착륙 용량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대응하고 있다. ‘해상공항 건설이 세계적 추세’라는 주장도 “세계 10대 공항 중 9개가 내륙에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추진위는 정부가 우선 신공항의 성격과 기능, 규모를 선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산 측이 주장하는 활주로 1개의 가덕도 신공항은 지방공항에 불과, ‘제2 관문공항’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또 정부가 부산 측의 촛불집회와 지역 국회의원의 요구, 국회 방문 등 정치적인 외풍에 흔들리지 않기를 강력 요구하고 있다.

강주열 남부권신공항 범시도민추진위원장은 “신공항 입지 결정이 눈앞에 닥치자 부산 측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신공항을 무산시킬 속셈이 아니라면 정부가 가장 공정한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합의사항부터 지키는 것이 순서”라고 강조했다.

대구=전준호기자 jhjun@hankookilbo.com 밀양=배유미기자 yu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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