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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유엔사무총장 후임은 누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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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유엔사무총장 후임은 누가 될까

입력
2016.06.0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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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말로 임기 끝나…사무총장 후보에 11명 공식 출마

유엔 역사 70년만에 공개토론회 개최…상임이사국 영향력은 여전히 한계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지난달 30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단상 뒤 화면에 반 총장의 모습이 비치고 있다. 뉴욕=AFP통신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지난달 30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단상 뒤 화면에 반 총장의 모습이 비치고 있다. 뉴욕=AFP통신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임기가 올해로 끝나면서 신임 사무총장이 누가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 동안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회(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가 그 동안 신임 유엔사무총장을 막후에서 낙점한 뒤 총회에 통보하는 형식으로 선출하는 게 관행이었다. 그러다 보니 능력이나 신념을 가진 인물보다 상임이사국이 모두 반대하지 않을 만한 ‘별 특징 없는’ 인물이 선출되게 된다는 비판이 많았다. 하지만 유엔사무총장은 분쟁 당사국들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 평화를 안착시킬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자리인 만큼 검증된 인물을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따라 유엔은 역사상 70년 만에 처음으로 올해 사무총장 후보들의 공개청문회를 도입하고 유능한 신임 사무총장 찾기에 나섰다.

유엔 70년 만에 총장 후보 공개청문회

국내에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대권론이 거세지만 유엔사무총장으로서의 반 총장을 바라보는 해외언론의 시선은 곱지 않다. “브룬디, 콩고민주공화국 내전에서 반 총장의 리더십과 존재감이 결여돼있다”(포린폴리시), “유엔평화유지군의 방만한 예산운영 등 유엔 조직의 시급한 병폐를 반 총장은 전혀 개혁하지 못했다”(텔레그레프) 등이다. 해외언론들은 반 총장이 선출됐을 때 예견됐던 일이었다고 지적한다. 반 총장이 사무총장으로 선출된 건 다분히 상임이사국 간 이해관계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아시아인이 총장이 되길 바랬고 미국은 반 총장이 자기 편이라고 생각했으며 러시아는 반 총장을 반대할 특별한 명분을 찾지 못했다”며 “반 총장이 사무총장으로 선출된 것은 상임이사국 모두 자신들에게 불리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올해 유엔사무총장 선출 과정은 과거와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 이달 2일 현재 제9대 유엔사무총장 직에 도전장을 낸 이들은 총 11명이다. 이중 9명은 올 4월12일부터 14일까지 미국 뉴욕유엔본부에서 공개유세와 질의응답 등을 갖는 청문회를 가졌다. 후보 한 명 당 2시간이 소요됐고 면접관은 각국 대표단과 사회단체 활동가들이 맡았다. 청문회는 유엔웹사이트를 통해 생중계됐다. 공개청문회 개최는 유엔 역사상 70년 만에 처음 시도된 것이다. 사무총장 선출을 상임이사국 간 막후 합의라는 관행이 아닌 투명하게 진행하자는 요구가 반영된 결과다.

첫 여성 사무총장 후보 나오나

사무총장 후보로 나선 이들은 공개청문회 당시 자신들의 포부와 공약을 과감하게 밝히며 유엔 회원국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다닐로 튀르크 전 슬로베키아 대통령과 안토니오 구테레스 전 유엔난민기구 대표는 “국제분쟁에서 유엔헌장 제99조를 과감히 활용하겠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99조는 유엔사무총장이 국제평화와 안전유지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는 사안을 언제든지 안보리에 회부할 수 있는 권한이다. 국제사회 현안에서 유엔이 주도권을 가질 수 있는 권한으로 반 총장 재임기간에는 한번도 발동되지 않았다.

여성 후보들은 유엔의 핵심이념인 양성평등 실현을 기치로 내걸었다. 나탈리아 게르만 몰도바 부총리와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유엔 여성 직원의 비율을 50%까지 올리는 등 인사에서 성 평등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베스나 푸시치 크로아티아 부총리 겸 외무장관은 성수자의 권리 확대에 방점을 찍었다. 이밖에 2012년 유엔총회 의장을 지낸 부크 예레미치 전 세르비아 외무장관은 유엔 조직의 개혁을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공개 청문회를 통해 유엔 회원국들은 각 후보들의 장단점과 비전을 알게 됐다”고 평가했다.

안보리는 사무총장 후보들에 대한 회원국의 지지를 바탕으로 7월부터 후보 선정 절차에 들어가 9월에 1명의 후보를 지명해 총회에 상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후보들의 능력에 관계없이 상임이사국의 입맛에 맞지 않는 인물들이 도마에 오르면서 이들이 후보로 선정되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도 나온다.

불가리아 출신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젊었을 적 공산주의에 심취해 소련 공산당에서 활동했던 인물이어서 미국이 반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가리아 정부는 보코바가 어렵다면 차선책으로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유럽연합 예산위원장을 대신 사무총장 후보로 내세우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지만 게오르기에바는 러시아가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점거 이후 유럽연합의 대 러시아 제제를 이끈 인물이 게오르기에바이기 때문이다. 또한 헬렌 클라크 유엔개발계획 총재는 미군의 태평양 핵실험에 강력하게 반대해온 탓에 미국이 클라크를 절대 사무총장 자리에 앉히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다만 차기 유엔사무총장은 ‘동유럽 출신 또는 여성’이 될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역대 사무총장이 모두 남성이었던 탓에 첫 여성 사무총장 선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고 총장 후보로 나선 11명 중 8명이 동유럽 출신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사무총장 재임 기간 동안 상임이사국의 눈치를 보지 않기 위해서는 임기를 5년 중임이 아닌 7년 단임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며 “국제사회에 해결할 문제가 산적해 있는 상황 속에 이제는 현명하면서도 강단 있는 유엔사무총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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