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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 누명 벗은 재일동포, 배상금 5000만원 동국대에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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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 누명 벗은 재일동포, 배상금 5000만원 동국대에 기부

입력
2016.06.0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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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동국대를 찾아 배상금 5,000만원을 기부한 김종태씨. 동국대 제공
3일 동국대를 찾아 배상금 5,000만원을 기부한 김종태씨. 동국대 제공

간첩 누명을 쓰고 억울한 옥살이까지 했던 재일동포가 재일동포 문학 연구를 위해 써달라며 배상금을 대학에 기부했다.

동국대는 3일 재일동포 김종태(66)씨가 2012년 무죄 판결로 받은 배상금의 일부인 5,000만원을 학교에 기부했다고 밝혔다.

오사카에서 태어난 김씨는 서울대에서 유학하던 1976년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산하단체에 가입해 활동하고 북한의 지령을 받아 한국에 잠입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졸지에 간첩으로 몰린 김씨는 자신의 결백을 알리기 위해 82쪽 분량의 최후 진술서까지 제출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징역 10년이 선고됐고, 김씨는 5년 10개월 옥살이 끝에 가석방으로 풀려날 수 있었다.

김씨는 과거를 바로 잡겠다는 마음으로 2012년 조국의 법정에 다시 섰다. 간첩 누명을 벗기 위해 재심을 청구했고 그 해 12월 서울중앙지법이 무죄를 선고해 김씨는 36년을 짓누른 억울함을 벗었다. 당시 재심 재판부의 최동렬 부장판사는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사법부를 대표해 사과 드린다”며 고개를 숙여 화제가 됐다.

김씨는 최근 무죄 판결로 받은 10억원 중 일부를 조국에 기부하기로 결심했다. 한국인이 재일동포에 갖고 있는 선입견과 편견을 바로 잡기 위해서다. 기부금이 쓰일 곳을 수소문하던 김씨는 김환기 동국대 일어일문학과 교수와 연이 닿아 이 학교에 기부금을 내놓기로 했다. 이날 기부금 전달을 위해 동국대를 찾은 김씨는 “한국인이 재일동포에 갖고 있는 인식을 개선하고 싶어서 기부를 결심했다”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재일동포들의 문제를 제대로 알리는 일과 재일동포 문학 연구에 써달라”고 말했다.

동국대는 김씨의 요청대로 ‘재일 한국인ㆍ조선인 2세 문학기금’을 조성하고, 재일동포 관련 학술서 발간에 기부금을 쓸 계획이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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