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장에 엉뚱하게 떠넘겨
밑그림 없이 실탄부터 논의 잘못”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현 경제 사령탑인 유일호 부총리를 향해 “구조조정에 직접 나서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구조조정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유 부총리가 손을 놓은 채 제 역할을 방기하고 있다고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윤 전 장관은 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간부 대상 강연 후 “한은에 쓴 소리를 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한은 비판에 앞서) 정부는 똑바로 하고 있느냐”고 반문한 뒤 이같이 지적했다.
윤 전 장관은 "조선ㆍ해운ㆍ건설ㆍ철강ㆍ석유화학 등 국제사회의 경쟁상황을 고려해 공급과잉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주무부처가 밑그림을 짜고 부총리가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그런데 이런 역할을 엉뚱하게도 ‘불쌍한’ 금융위원장이 맡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위원장이 산업재편을 어떻게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 부총리가 해야 할 역할을 임종룡 금융위원장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윤 전 장관은 이어 “(구조조정의) 순서가 잘못됐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밑그림이 먼저 나오고 실업문제 해결 방법, 구조조정 자금조달 방안 등이 뒷받침되는 게 구조조정 전략ㆍ전술 접근 순서“라며 재원 마련에 매몰된 현재의 논의 상황이 부적절하다고 평가했다.
이날 강연은 한은의 요청으로 성사됐는데, 국책은행 자본확충을 두고 한은과 정부가 대립각을 세우는 상황에서 과거 기재부 장관을 초청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경제부처 수장 출신이 한은에서 강연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윤 전 장관은 중앙은행 역할에 대해 “원칙의 고수, 상황의 수용”이라고 규정한 뒤 “한은이 전통적인 물가안정이나 금융시장 안정에 치중해 온 원칙을 고수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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