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문종(61) 이사장이 연임 포기 의사를 밝힌 국기원이 신임 이사장 선출에 앞서 원장부터 서둘러 뽑아 그 배경에 의혹이 쏠리고 있다.
국기원은 3일 서울시 강남구 국기원 제2강의실에서 2016년도 제1차 임시이사회를 개최하고 원장 직무대행인 오현득(64) 부원장을 신임 원장으로 선임했다. 지난달 26일 정만순 원장이 퇴임한 뒤 직무대행을 맡아 오던 오현득 신임 원장은 2010년 국기원 상임감사로 선임된 후 연수원장, 행정부원장 등을 역임했다. 이날 이사회는 홍문종 이사장 주재로 재적이사 12인 중 10인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고 추대 형식으로 오 원장을 선임했다. 10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만 반대표를 던졌다.
국기원은 정관에 따라 이사장, 원장, 부원장을 포함한 25인 이내의 이사를 둘 수 있다. 현재 당연직 이사를 제외한 기존 23명의 이사 중 2명이 중도 사퇴하고 9명은 지난달 26일로 임기가 끝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2명만이 재적이사로 남은 상황이다. 때문에 신임 이사를 먼저 선출해 구색을 갖추고 신임 이사장을 선출한 뒤 이사장이 국기원장을 임면하는 것이 순서에 맞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날 이사회 안건은 첫 번째가 원장 선임의 건이었다. 이사 선임은 두 번째였다. 결국 홍 이사장을 제외한 기존 이사 중에서 원장을 선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국기원 관계자는 “원장에 이어 이사장까지 공석이 될 상황에서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이미 태권도계에서는 오현득 부원장을 차기 원장으로 앉히려는 홍 이사장의 시나리오라는 게 지배적이었다. 홍 이사장이 사퇴가 아닌 연임 포기를 선언한 것도 임기 만료 전까지 이사회를 주재해 원장을 선임하기 위해 치밀하게 짜 놓은 각본이라는 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또 이날 신규 이사는 선출하지 못하고 선임 방식만 정했다. 이사 4명과 국기원 사무처장 등 5명으로 전형위원회를 꾸려 후보를 추천하면 홍 이사장과 오 원장이 협의해서 이사회 승인을 받기로 했다. 오 원장의 선임으로 오는 8일 열릴 국기원 운영이사회에도 관심이 쏠리게 됐다. 오는 10월 임기가 만료되는 오 원장의 임원 연임 여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 원장은 특수법인 국기원 1기 집행부에서 상임감사와 연수원장, 행정부원장을 거쳤지만 2013년 불신임 당해 이사 자격을 잃었다. 우여곡절 끝에 그 해 10월 홍 이사장에 의해 2기 집행부 이사로 다시 선임됐다가 상근직 임원 자리까지 올랐다. 약 5개월의 공백이 있었지만 1,2기 집행부에서 이사로 활동했기 때문에 이미 한 차례 연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운영이사회 안건 중 하나가 정관 개정 심의의 건이다. 정관 개정을 통해 연임이 아닌 중임으로 개정할 것이라는 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고작 4개월 원장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이렇게 공을 들이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날도 태권도 고단자 원로들은 홍 이사장과 면담을 촉구하며 국기원 인사들과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한 원로는 “이사장직 연임 포기를 한 사람이 나가는 마당까지 왜 인사를 좌지우지하는지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성토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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