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방송인 조영남(71)씨를 3일 소환한 검찰은 대작(代作)화가들이 그린 작품을 판매하는데 조씨가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느냐를 집중 조사해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만약 대작그림이 팔리는데 어떻게든 조씨의 역할이 있었다면 사기혐의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조씨는 소속사 대표이자 매니저인 장모(45)씨 등을 통해 복수의 대작화가에게 화투 그림을 그리게 하고, 자신의 이름으로 갤러리와 개인에게 작품을 고가에 판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은 지난달 16일 강원 속초시에서 활동하는 화가 송모(61)씨가 2009년부터 조씨에게 화투 그림 200여 점을 그려줬다는 제보를 검찰이 입수하면서 시작됐다. 검찰은 대작으로 볼 수 있는 그림이 몇 점이고 얼마나 판매됐는지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해 30점이 1억 원 가량에 팔린 것을 확인했다. 대부분 그림은 대작 논란에 처음 불을 지핀 송씨가 그렸고, 또 다른 대작 화가의 존재도 검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검찰은 “대부분의 판매처는 조영남씨의 그림을 전시한 갤러리지만 개인 구매자가 산 경우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조씨의 작품이 아니었다면 구매하지 않았을 것”이란 피해자 진술이 나왔다. 검찰이 조씨에 대해 사기혐의 적용을 자신하는 이유다.
특히 이번 사건으로 인해 미술계에서 조수의 역할이 어디까지인지를 놓고 논란이 불거졌다. 조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송씨는 대작화가가 아닌 조수였고, 조수를 쓰는 것은 미술계의 관행”이라고 말했다. “내가 팝아트 작품의 핵심 아디이어를 제공했고 송씨는 기술적인 부분을 담당했기 때문에 내 작품”이라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검찰은 조씨가 주장한 조수의 개념이 일반 대중이 이해할 수 있는 통상적인 ‘조수(assistant)’수준을 넘었다고 봤다. 검찰 관계자는 “조수라면 지시가 가능한 공간에서 함께 작업해야 하는 게 상식인데 ‘휴대폰 메시지 등을 보내 그림을 그려 보내라’고 한 조씨의 경우는 일반적인 상식으로 이해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오전 8시 춘천지검 속초지청에 출두한 조영남씨는 “정통 미술을 한 사람도 아닌 제가 어쩌다가 이런 물의를 빚게 돼 정말 죄송스럽기 짝이 없다”며 “검찰 조사를 성실하게 잘 받고 그때 와서 다시 얘기하겠다”고 말한 뒤 조사실이 있는 청사로 향했다.
조씨의 일부 팬클럽 회원들은 이날 속초지청 앞에서 “팝아트는 작가의 마음으로 그리는 그림”이라며 조씨를 지지하는 피켓시위를 벌였다.
속초=글ㆍ사진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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