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스크린도어(안전문) 정비공 사망 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이 수리 담당 업체인 은성PSD가 상습적으로 작업일지를 조작한 사실을 확인했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안전문 수리 도중 숨진 김모(19)군이 소속된 은성PSD 강북지사의 최근 1년치 작업일지를 검토한 결과 모든 수리작업이 규정인 ‘2인1조’로 기재돼 있었다고 2일 밝혔다.
경찰이 확보한 작업일지는 지난해 5월부터 사고 당일까지 기록이 모두 담겼지만 ‘1인 정비’로 기록된 건은 전무했다. 경찰 관계자는 “은성PSD 직원들 조사 결과 실제 작업의 70% 가량은 1인 정비였던 것으로 추산된다”며 “한 명이 출동해도 기록은 항상 2인1조로 남겼다는 진술도 확보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군이 숨진 당일에는 그의 이름만 적혀 있었다. 이 때문에 경찰은 정비가 종료되면 업체 측이 작업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직원의 이름을 추가 기재하는 방식으로 일지를 조작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김군이 정비를 하러 가기 전 약 2분간 구의역 역무실에 머문 사실도 역사 폐쇄회로(CC)TV 분석을 통해 확인됐다. 당시 근무한 역무원은 경찰 조사에서 “김군이 스크린도어 전자제어판 화면 모니터를 살펴보며 2분 가량 머물렀지만 작업에 관한 대화는 나누지 않았다”고 진술해 작업 인력을 점검하는 기본 안전수칙조차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번 주 중으로 작업일지를 관리하는 은성PSD 측 담당자를 불러 조작 이유를 집중 추궁할 계획이다. 경찰은 또 당시 역무실에 근무 중이던 역무원 3명이 확인 없이 김군에게 열쇠를 건네는 등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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