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측은 조직적으로 증거인멸

신영자(74) 롯데복지ㆍ장학재단 이사장이 정운호(51ㆍ수감 중)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측으로부터 면세점 입점 로비와 함께 약 15억원의 뒷돈을 받은 단서가 포착돼 검찰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롯데 측은 압수수색에 대비해 조직적으로 자료를 폐기하는 등 증거를 인멸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 박찬호)는 2일 서울 중구 호텔롯데 면세사업부와 신 이사장이 대주주인 S사 및 자택 등 6,7곳을 압수수색 했다. 신 이사장의 아들 장모씨가 실소유주인 B사와 그의 자택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신 이사장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녀로, 이번 수사는 신 회장의 직계가족을 겨냥한 사실상 첫 번째 수사다.
검찰은 이들 장소에 검사와 수사관 100여명을 보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입점 리스트, 회계장부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신 이사장을 소환해 정 대표로부터 청탁대가로 금품을 받았는지, 다른 업체들로부터 금품로비를 받았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신 이사장과 그의 아들 등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했다.
장씨가 지분 100%를 보유한 B사는 명품을 수입해 롯데 면세점과 롯데백화점 등에서 판매하는 회사로 알려졌지만, 실체가 불분명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신 이사장이 대표를 맡고 있는 부동산 임대업체 S사는 신 이사장이 지분 55%, 자녀 3명이 45%를 나눠 가진 가족 회사로 매출 전액이 B사와의 거래를 통해 발생했다. 검찰은 정 대표가 계약관계를 가장해 B사를 거쳐 신 이사장에게 뒷돈을 제공하며 롯데 측에 입점 로비를 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최근 정 대표로부터 “브로커를 동원해 네이처리퍼블릭의 면세점 입점을 위해 롯데 관계자들에게 금품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한 뒤 계좌추적을 통해 신 이사장의 금품 수수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대표와 신 이사장을 연결한 브로커 한모(58ㆍ구속기소)씨도 이를 뒷받침하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씨는 정 대표와 2012년 네이처리퍼블릭의 롯데면세점 내 점포 위치 조정이나 제품 진열, 재고 관리 등을 도와주고 수익의 3~4%를 수수료로 받는 계약을 맺었지만, 정 대표는 2014년 7월 계약을 파기하고 B사와 비슷한 계약을 체결했다.
검찰은 이날 압수수색 과정에서 롯데 측이 중요자료가 들어간 컴퓨터를 갈아치우는 등 조직적으로 증거를 인멸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 부분에 대해서도 수사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안아람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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