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진노선 앞세우고도 중국과 관계복원 자신감
비핵화 진전 없으면 김정은 방중은 어림 없어… 한계 재확인
평화협정 부각시키려 대남 도발과 군사회담 공세 지속할 듯
북한은 리수용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의 2박3일간 베이징 방문으로 두둑한 보따리를 챙겼다. 사방에서 옥죄던 대북제재 국면에 중국이 손을 내밀면서 숨통이 트였고, ‘핵-경제 병진노선’을 앞세워 대외관계를 풀어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하지만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비핵화를 계속 외면할 경우,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방중은커녕 중국과의 관계 정상화는 어림없다는 한계도 절감했다. 이에 북한은 비핵화 대신 평화협정 체결로 관심을 돌리기 위해 대남 도발과 군사회담 공세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리 부위원장을 만나 북한의 체면을 세워준 것은 악화일로를 걷던 북중 관계가 바닥을 찍고 상승세를 탔다는 의미다. 당대회 이후 북한이 연일 핵 보유를 강조하고 있지만, 대놓고 면박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중국과의 전통적 우호관계를 재차 확인한 북한으로서는 김정은 체제를 정당화하고 주민들에게 선전할 큰 수확을 얻은 셈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2일 “북중 간 새로운 관계정립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이 병진노선을 앞세운 북한을 껴안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북한의 입지는 더 넓어졌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부원장은 “북한은 중국이 안보문제로 한미 양국과 삐걱대는 상황에서 틈새를 비집고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고 확신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북한은 최대 숙원인 김 위원장의 방중을 기약할 수 없게 됐다. 비핵화에 집착하며 기존 입장을 고수한 탓이다. 시 주석이 리 부위원장과의 면담에서 “중국의 한반도 문제에 대한 입장은 일관되고 명확하다”고 말한 대목은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에둘러 표현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중국은 비핵화-평화협정의 동시 추진을 주장하고 있어, 북한이 비핵화에 성의를 보이지 않으면 북중 관계는 또다시 틀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북한은 비핵화에 대한 관심을 차단하기 위해 평화협정을 이슈로 띄우면서 총공세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은 8월 한미 군사훈련을 앞두고 대남 비방공세를 강화하는 한편, 저강도 도발과 동시에 대화를 제의하는 양면전술로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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