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니아가 개발한 진단키트
WHO 허가심사 최종 단계 올라
뎅기열 등 3개 바이러스 동시 확인
젠바디 진단키트는 브라질서 판매
피 한두 방울로 20분 내에 파악
국내 생명공학기업이 개발한 지카바이러스 진단키트가 세계보건기구(WHO)의 허가심사 최종 단계에 올라 갔다. 이를 통과하면 WHO가 전 세계에 이 제품을 지카바이러스 진단에 사용할 것을 권고하게 된다. 또 다른 국내 생명공학기업이 만든 진단키트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브라질 정부의 허가를 받아 현지 판매에 들어갔다. 한국의 토종 바이오 기업들이 세계 지카바이러스 진단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2일 생명공학업계에 따르면 우리 기업 ‘바이오니아’의 지카바이러스 진단키트가 독일, 중국 제품과 함께 WHO의 허가 절차 중 최종 심사를 받고 있다. 이 진단키트는 지카바이러스뿐 아니라 치쿤구니야와 뎅기열 바이러스 감염 여부도 함께 확인할 수 있다. 3개 바이러스를 동시에 진단하는 키트를 개발한 건 바이오니아가 처음이다.
치쿤구니야나 뎅기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발열과 발진, 두통, 눈 충혈, 근육통 등 지카바이러스 감염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 따로따로 검사하다 치료 시기를 놓칠 우려가 있어 의료현장에선 동시진단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김남일 바이오니아 이사는 “혈액 2㎖에 바이러스 7개만 있어도 진단된다”며 “유럽에선 이미 판매되고 있는 만큼 WHO 허가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날부터 브라질 현지에서 지카바이러스 진단키트 판매를 시작한 생명공학기업 ‘젠바디’는 오는 8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하는 각국 선수단의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데 자사 키트가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점규 젠바디 대표이사는 “현재 브라질에서 사용 중인 독일 기업 유로이뮨의 진단키트는 전문 장비와 인력이 필요해 현장 진단이 어렵고, 결과가 나오기까지 3시간이 걸린다”며 “반면 젠바디 제품은 혈액 한 두 방울로 20분 이내에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제품은 미래창조과학부가 지원하는 바이오나노헬스연구단과 함께 개발됐다. 브라질 공급은 현지 국영제약사 바히아파마가 맡는다.
바이오니아와 젠바디의 진단키트는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지카바이러스는 감염 후 7일까진 혈액 속에 많지만 이후엔 다른 조직으로 흩어진다. 대신 혈액엔 바이러스와 싸우기 위해 면역 체계가 만들어낸 단백질(항체)이 증가한다. 바이오니아 진단키트는 유전자, 젠바디 키트는 항체를 찾아낸다. 정 대표는 “현장에선 먼저 항체 검사로 신속하게 감염 안된 사람을 걸러내고, 감염이 의심되는 사람은 유전자 검사로 확진하는 식의 방역체계 구축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카바이러스 진단시장은 아직 정확한 규모를 추산하기 어렵다. 그러나 브라질에서만 매년 1,000만명이 검사를 받아야 하고, 최근에도 감염이 계속되고 있어 시장은 점점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 이사는 “국내 기업들이 외국보다 먼저 진단기술 연구를 시작한 만큼 경쟁력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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