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군, 보상 첫 단계 ‘토지출입허가’ 불허
경북개발공사, 지난해 10월 개설 현지 사무실 개설 후 개점휴업
영덕군 “정부가 군민 납득할 수 있는 진정성 보여줘야”
정부가 2027년 준공을 목표로 한 경북 영덕군 ‘천지원전’ 건설사업이 사업 첫 단계인 토지보상부터 표류하고 있다. 영덕군이 토지보상 과정에 반드시 필요한 ‘토지출입허가’를 내주지 않은 때문이다.
한국수력원자력과 경북개발공사 등에 따르면 6월 현재 천지원전 보상작업은 사실상 올스톱 상태다. 한수원은 지난해 10월 경북개발공사와 토지매입 등 보상업무 용역을 계약하고 직후 경북개발공사가 영덕읍에 사무실을 내고 5명의 직원을 파견했지만 지금까지 개정휴업상태인 것이다.
공사 측은 지난해 말 영덕군에 토지출입허가를 신청했으나 2일 현재까지 허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토지보상법상 매입대상 부지 내 주택이나 건물, 농작물 등 각종 지장물 조사를 위해선 관할 지자체의 토지출입허가가 필수적이다.
특히 영덕군은 지난해 11월 11ㆍ12일 실시된 ‘주민투표’가 요건(투표권자의 3분의 1 이상 투표)에 미달했음에도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당시 투표에선 3만4,432명의 유권자 중 32.5%인 1만1,201이 투표, 3분의 1에 미달돼 찬성률이 무의미하게 됐다.
최경환 경북개발공사 보상분양처장은 “토지출입허가가 나지 않아 공식적인 활동은 사실상 중단됐다”며 “자연부락 단위로 구성된 대책위와 개별적으로 접촉하고 있지만 원활한 보상작업을 위해선 영덕군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실제 보상과정에선 보상협의체 구성 등 지자체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보상문제와 함께 한수원은 본격적인 설계에 앞선 측량과 예비지질조사, 해양환경조사 등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영덕군이 정부로부터 더 큰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한 협상전략일 수 있지만 지난해 주민투표에서 91.7%가 반대한 점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영덕군 관계자는 “정부가 10대 대안사업을 발표했으나 지금까지 구체화한 게 전혀 없고, 의지도 없어 보인다”며 “정부가 군민들이 납득할만한 지원책을 제시하고 책임 있는 답변이 있기 전까지 토지출입허가를 내주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반면 군내 일각에선 하루빨리 원전을 건설해 지역발전의 전기로 삼아야 한다는 여론도 높다.
원전 찬성 측은 40년 전 영덕인구가 11만9,191명으로 울진(11만7,426명)보다 많았지만 지난해 말 현재 3만9,100여 명으로 울진 5만1,885명보다 1만3,000 명이나 줄었다는 점을 내세운다. 원전을 유치한 울진은 원전 근무자와 각종 지원으로 인구유출이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울진군 총예산은 6,500억 원 가량인 반면 영덕군은 3,600여 억 원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자체 세수 측면에서 그 격차가 더 크다. 올해 영덕군 지방세 수입은 111억 원 정도에 불과하지만 울진은 원전세 수입만 700억 원 등 원전 관련 세수와 지원금이 1,000억 원이 넘는다. 울진군에 따르면 원전 관련 세금과 지원금은 2013년 625억 원, 2014년 585억 원, 2015년 992억 원이었다.
게다가 방폐장을 유치한 경주시에 한수원본사 이전과 3년 내 100개 기업 유치, 1,000억 원 동반성장기금 예치 등 각종 지역개발 정책과 사업이 현실화하자 영덕군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커지고 있다.
한수원 측도 천지원전은 규모 7.0의 강진에도 견딜 수 있게 설계하는 등 안전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군민들을 설득하고 있다.
하지만 반대 측은 “정부가 산업단지 조성 등의 요청을 거부했고, 이후 총리가 와서 한 약속도 지키지 않고 있다”며 “한마디로 군민들이 정부를 믿지 못하는데 청정지역에 어떻게 원전이 들어오는 것을 가만두고 보겠냐”고 반박했다.
한편 한수원과 정부는 지난해 원전건설에 따른 영덕발전 10대사업을 제시했다. 첨단복지단지와 친환경인증지역 농수산물판로지원, 휴양ㆍ힐링 교육복합형원자력 연구원, 전문화된 지역의료시설, 직원과 군민들을 위한 체육ㆍ문화 멀티피플렉스 종합복지관 조성 등 5개 사업은 우선적으로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정훈기자 jhlee0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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