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수용 면담 당일 발표해 ‘불쾌’
“타깃은 中” 인식… 호응 안할듯
대북거래 규모 작아 부담 적어
협조 대가로 남중국해 등 관련
반대급부 요구할 가능성도
중국 정부가 미국이 북한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하고 북한의 국제금융 거래를 제한한 것에 대해 특정 국가의 독자적 제재라며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중국은 미국의 조치가 결국은 자신들을 겨냥한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향후에도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나설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의 조치와 관련한 질문에 "우리는 그 어떤 국가가 자신의 국내법에 근거해 다른 국가에 제재를 가하는 것을 일관되게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긴장을 격화시킬 수 있는 그 어떤 행동"에도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화 대변인은 특히 " 현재의 상황에서 우리는 각국이 전면적이고 완전하게 안보리 결의를 집행하고 이를 통해 조선(북한)이 핵미사일을 더욱 발전시키는 것을 제한하거나 저지해야한다고 여긴다"며 "동시에 각국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안보리의 상임이사국으로서 안보리 결의를 포함한 국제적 의무를 진지하게 이행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이 북한에 대한 고강도 추가 금융제재를 내놓은 시점 자체가 불쾌하지 않을 수 없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사실상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방문한 리수용 노동당 부위원장을 접견한 당일에 취해진 조치란 점에서다. 베이징(北京)의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 입장에서 보면 북한과의 관계 개선 움직임에 대해 노골적으로 딴지를 걸며 경고를 보낸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물론 중국이 표면적으로는 강경한 입장이지만 그렇다고 이번 조치를 마냥 무시하기는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무엇보다 국제 금융시장에 미치는 미국의 파워를 무시할 수 없다. 또 중국 스스로도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편입 결정과 함께 위안화 국제화, 금융시장 개방 등을 추진해온 만큼 북한과의 금융거래에 따른 정책 차질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제3국에서 북한과의 금융거래 의혹을 제기하며 중국과의 거래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하지만 현재 중국 내 은행을 포함한 전체 금융권의 대북 거래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미 2013년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중국 금융당국은 중국ㆍ공상ㆍ건설ㆍ농업은행 등 4대 국유은행에 북한의 무역결제은행인 조선무역은행과의 거래를 중단토록 조치했다. 지난 3월 유엔의 4차 북한 핵실험 관련 대북제재안 결의 후에는 달러 뿐만 아니라 위안화의 대북송금도 차단한 상태다.
이에 따르면 중국이 이번 조치를 마지못해 수용하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자국 내 파장이 그리 크지 않다고 판단한다면 미국의 조치를 소극적으로 수용하면서 반대급부를 요구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미국 내에서 이번 조치가 최종 확정되기까지 60일 정도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베이징의 다른 외교소식통은 “북한과의 거래는 어차피 현물이나 정책적 차원에서 이뤄지는 만큼 중국 당국이 북한의 반발을 크게 고려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남중국해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등 대미 갈등 현안들의 지렛대로 활용하거나 금융시장 개방과 위안화 국제화 등과 연계해 대응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예상했다.
베이징=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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