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관계가 미세하게나마 진전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방중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과 중국이 전통적으로 최고지도부간 신뢰를 바탕으로 혈맹관계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김정은의 방중 성사 가능성을 쉽사리 점치기는 어려워 보인다. 표면적으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사실상 김정은의 특사 자격으로 방중한 리수용 노동당 부위원장과의 면담을 수용했지만, 실제 면담시간이 20~30분에 불과했을 만큼 그리 호의적이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양국간에 북한 핵 문제에 대한 이견이 여전하다. 북한은 리 부위원장의 방중 당일 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어 연일 핵ㆍ경제 병진노선을 공세적으로 주장했다. 심지어 북한 관영매체는 중국 당국이 이를 용인한 듯한 뉘앙스의 보도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 주석은 간접적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포함한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이 같은 상황 때문에 2일 귀국하는 리 부위원장의 보따리에 별다른 선물이 담겨 있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물론 양국이 전통적인 우호ㆍ협력관계를 공히 강조함으로써 최악으로 치달아왔던 북중관계에 훈풍이 불기 시작할 것임은 분명한 상황이다.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의 남양시와 마주한 지린(吉林)성 투먼(圖們)시가 리 부위원장의 방중 전날 국제물류센터의 9월 개장을 공식 발표한 것이 단적인 예다. 투먼은 북한측과 도로와 철도가 모두 연결된 북중교역 요충지이고 북한의 나진항과도 그리 멀지 않다. 올해 들어 사라졌던 북중간 경협 소식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적지 않는 계기들도 있다. 내달 11일이면 북중 우호협력조약 체결 55주년이고, 10월 1일에는 중국 공산당 창건 95주년 기념식이 예정돼 있다. 사회주의권 국가들이 5년 단위의 ‘꺾어지는 해’에 의미를 부여해온 점을 감안하면 이들 기념일은 북중관계의 전기가 되기에 충분하다.
다만 김정은의 방중이 곧바로 추진되기보다는 고위급 인사들의 교차 방문이 누적되는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과정은 북중관계의 진전, 특히 북한이 핵 문제에 있어 어느 정도 성의를 보이며 북중관계 개선과 북핵 대화국면 전환을 시도하는 중국에 명분을 제공하느냐에 달려 있다. 고위 대북소식통은 “김정은이 국제무대에 데뷔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중국 방문”이라며 “중국은 경제협력 못지않게 김정은의 방중 문제를 대북 지렛대로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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