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서민 부담 증가는 안 돼”
협의 없는 경유 값 인상 제동
전날엔 정부와 협의 않고
“차라리 휘발유 값 내려야”
당정, 경유 차 수요 억제 가닥
정부와 여당이 국민적 우려가 커지고 있는 미세먼지 대책 수립 과정에서 갈팡질팡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이 2일 20대 국회 첫 당정협의에서 경유 값 인상 문제 등을 놓고 환경부와 기획재정부 등 부처들 간 혼선을 빚고 있는데 대해 정부를 강력 질타했지만, 정작 당내에서도 매끄럽게 의견 조율을 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에서 정부가 미세먼지와 관련한 종합적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부처들이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모두발언부터 “정부가 국민적 합의 없이 고깃집을 규제한다든지 경유 값 인상과 같이 서민부담을 증가시키는 정책을 준비한다는 일부 보도가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증요법이 아닌 근원적 처방을 마련해 달라”고 정부에 주문했다.
새누리당은 환경부가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미세먼지 대책으로 경유에 대한 유류세 인상을 검토하면서 혼선을 키웠다고 보고 있다. 경유 값 인상은 사실상 증세로 비쳐질 수 있는 만큼 정무적 판단이 선행됐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014년 담뱃값 인상 당시 증세 논란이 불거지면서 거세 후폭풍에 직면했던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다. 새누리당이 이날 당정협의에서 “영세 자영업자 부담을 늘리거나 국민 생활에 불편을 주는 방안은 포함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경유 값 직접 인상과 직화구이집 규제 등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새누리당도 미세먼지 대책 마련에 혼선을 더한 측면이 있다. 정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영세 사업자나 30, 40대 젊은 층이 애용하는 차에 경유가 쓰인다”며 “경유 값을 올릴 게 아니라 국제시세보다 높게 책정된 휘발유 값을 조금 내리는 게 오히려 옳은 방향”이라고 밝혔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휘발유 값 인하 문제는 당정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협의된 바 없는 문제인데, 성급하게 언론에 공개되면서 논란을 부채질 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당정협의에서도 “정부는 대체로 미세먼지의 주범을 경유차의 디젤 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들이 아닌가 하는 인식을 가진 것 같다”면서도 “그렇지 않다는 견해도 있어 어떤 게 맞는지 나도 헷갈린다”고 말했다.
당정은 다만 이날 협의를 통해 경유 가격은 올리지 않되 경유 차량 구매시 환경개선부담금을 부과하고 노후 디젤 엔진을 교체할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에 대해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경유 가격 인상으로 인한 증세 논란을 피하면서 경유 차량 수요는 감소시키겠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향후 정부 정책 기조의 큰 틀이 경유 차 감축으로 바뀔 수 있다”며 “환경개선부담금 부과에 따라 늘어나는 정부 수익을 경유 차 전환에 사용한다면 혹시 있을 수 있는 증세 논란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유 소형트럭이나 승합차로 화물을 실어 나르는 영세한 자영업자뿐만 아니라 서민들을 배려하겠다는 의미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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