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시민구단의 성공 모델로 자리 잡고 있는 성남FC가 때 아니게 구단 존립을 걱정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지방재정 형평성 제고와 시ㆍ군ㆍ구 간 재정 격차 해소를 이유로 6개 도시(성남 수원 과천 용인 화성 고양)의 불교부단체(재정수요보다 수입이 많아 교부금을 받지 않는 지자체) 우선배분 특례제도를 폐지하려는 이른바 지방재정 개편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편안은 경기도의 조정교부금 우선 배분 특례를 없애고 법인지방소득세 절반을 공동세로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럴 경우 정부가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재정 확충하기로 한 금액 4조7,000억원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시의 세금수입 1,051억원을 타 지역으로 이전해 재정 악화를 초래하게 된다는 게 성남시의 주장이다.
세금 1,000억원이 빠져나가면 시민구단인 성남FC도 직격탄을 맞게 된다. 성남은 1년 운영 예산의 약 절반인 70억원을 올해 시에서 지원받는다. 지방재정 개편안에 따라 예산 삭감은 물론 구단 존립 자체를 위협받게 될 수 있다는 게 성남 구단의 주장이다. 구단 관계자는 본보와 인터뷰에서 “어떻게든 구단이 운영은 되겠지만 예산이 많이 줄어들어 시민구단으로서 추진하고 관리하려는 방향이 어려워진다”며 “명맥만 유지하고 발전하기는 힘들다. 예산이 줄어 성적이 떨어지면 관중이 감소하고 유소년 축구 투자에도 소홀해지는 등 악순환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위기감이 고조되자 성남 구단은 지난 달 28일 K리그 12라운드 홈 경기가 열린 탄천 종합운동장에 ‘성남은 이제 축구 못합니까?’라는 문구가 크게 새겨진 현수막을 내걸었다. 31일에는 지방재정 개편안 철회와 관련한 자체 설명회를 개최했다. 탄천 종합운동장 블랙테이너 앞 광장에서 진행된 설명회에는 성남FC 선수단 전원과 구단 프런트, 유소년 코칭스태프와 학부모, 서포터스 등 200여명이 참석해 현 사태를 직시하며 함께 고민하는 자리를 가졌다. 김두현과 U-12 남궁도 감독은 각각 선수단 대표와 유소년 지도자 대표로 지방재정 개편안 철회를 촉구하는 결의문을 낭독하기도 했다.
이석훈 성남FC 대표이사는 “성남FC는 프로축구 발전을 선도하고 시민 통합에 기여하기 위해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계획이 무산돼서는 안 된다. 주인의식을 갖고 구단을 지켜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위터를 통해 “지방재정 개악 현실화된다면 최악의 경우 직장 운동부 수준으로 축소나 심지어 폐지도 검토해야 한다”는 뜻을 피력했다. 성남 구단 관계자는 “예산 감축이 일부 구단만의 문제가 아닌 중대한 사안임을 인식하고 앞으로도 지방재정 개편안 시행과 관련해 축구계에 지속적인 관심을 호소할 예정”이라면서 “정치적인 의도가 아니라 비슷한 처지의 시민구단들이 같이 관심을 가져보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한편 프로축구연맹은 구장에 현수막을 내건 성남FC의 행위가 규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내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연맹은 요강 36조 1항에 '정치적, 사상적, 종교적인 주의 또는 주장 또는 관념을 표시하거나 연상시키고 혹은 대회의 운영에 지장을 미칠 우려가 있는 게시판, 간판, 현수막, 플래카드, 문서, 도면, 인쇄물 등'을 가지고 입장할 수 없다'라고 명시해놓았다.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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