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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6실점 참패… 슈틸리케의 처방전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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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6실점 참패… 슈틸리케의 처방전이 궁금하다

입력
2016.06.02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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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 주장 기성용(오른쪽)과 골키퍼 김진현이 2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레드불 아레나에서 열린 스페인과 평가전에서 대패한 뒤 그라운드를 빠져
축구대표팀 주장 기성용(오른쪽)과 골키퍼 김진현이 2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레드불 아레나에서 열린 스페인과 평가전에서 대패한 뒤 그라운드를 빠져

이란은 1996년 아시안컵 8강에서 한국을 6-2로 대파한 걸 지금도 대단히 자랑스러워 한다. 축구인들에 따르면 이란에 가면 손가락으로 숫자 ‘2’와 ‘6’을 만들며 야유를 보내는 사람을 흔히 볼 수 있다고 한다. 한국 축구가 20년 만에 또 다시 6골을 내주는 수모를 당했다. 울리 슈틸리케(62ㆍ독일)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일(한국시간)새벽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열린 스페인과 평가전에서 1-6으로 참패했다.

이로써 한국의 최근 16경기 무패(13승3무ㆍ쿠웨이트전 몰수승 포함) 행진이 깨졌다. 작년 8월부터 이어져 오던 9경기 연속 무실점 기록도 멈췄다. 기량 차이도 컸지만 느슨하고 잔뜩 주눅이 든 플레이가 더 실망스러웠다.

경기 초반 잠시 대등한 경기를 펼치는가 싶더니 15분 정도 지나면서 속절없이 무너졌다. 특히 골키퍼 김진현(29ㆍ세레소 오사카)은 낙제점이었다. 다비드 실바(30ㆍ맨체스터 시티)에게 프리킥으로 내준 첫 실점은 어쩔 수 없었지만 2번째 실점은 명백히 골키퍼 실수였다. 3,6번째 실점도 김진현의 판단 미스가 아쉬웠다. 김현태(55) 전 국가대표 골키퍼 코치는 “김진현이 집중력을 완전히 잃었다. 골키퍼는 한 순간이라도 긴장의 끈을 놓으면 바로 실점이라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5번째 실점 때는 수비수들이 상대 드리블과 2-1 패스에 농락당했다. 주장 기성용(27ㆍ스완지시티)은 경기 뒤 “우리 실수가 가장 큰 패인이었다”고 인정했다.

스페인에 연이어 실점하자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울리 슈틸리케 국가대표 감독.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연합뉴스
스페인에 연이어 실점하자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울리 슈틸리케 국가대표 감독.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연합뉴스

주목할 건 슈틸리케 감독의 리더십이다. 냉혹한 시험대에 올랐다.

두 가지 측면에서 나눠 살펴봐야 한다.

먼저 장기 처방이다.

거스 히딩크(70) 전 대표팀 감독은 2002년 한ㆍ일월드컵을 앞두고 부임한 뒤 프랑스와 체코에 연이어 0-5로 참패해 ‘오대영’ 감독이라는 오명을 들었다. 월드컵 본선을 반년 앞두고 강한 체력 훈련을 계속해 비판 받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본선에서 4강의 기적을 쓰며 자신의 판단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슈틸리케호도 마찬가지다. 이번 평가전은 9월부터 시작할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과 그 이후 이어질 본선을 위한 과정이다. 패배에서 얻은 교훈을 어떻게 적용할 지는 슈틸리케 감독의 몫이다.

단기 처방도 필요하다.

당장 눈앞에 또 하나의 평가전이 닥쳤다. 한국은 5일 체코 프라하에서 체코대표팀과 맞붙는다. 유로 2016 본선에 진출하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9위의 강호다. 지금 태극전사들은 소위 ‘멘붕’(멘틀 붕괴)상황이다. 여기서 벗어나지 못하면 악몽이 되풀이될 수 있다.

한국이 2010년 2월 도쿄 동아시아선수권에서 중국에 충격적인 0-3 완패를 당하며 32년간 이어져 온 공한증이 깨졌을 때다. 당시 허정무 감독(61ㆍ현 프로축구연맹 부총재)은 다음날 훈련을 취소했다. 꾸지람 대신 식사 자리에서 피아노 연주를 들려주며 풀 죽은 선수들의 기를 살려줬다. 사흘 뒤 한국은 숙적 일본을 3-1로 제압하며 위기에서 벗어났다.

박지성(35)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던 시절 일화다. 우승을 위한 중요한 경기에서 진 날 침울한 선수단 버스로 맥주가 한 박스 들어왔다. 웨인 루니(31)가 일어나 맥주를 한 잔 마시며 천연덕스럽게 분위기를 띄웠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에 신선한 충격을 느낀 박지성은 자서전에 ‘패배를 곱씹을 게 아니라 빨리 씻어내는 것도 강팀의 한 조건이라는 것을 느꼈다’고 썼다.

히딩크 감독이 러시아대표팀 지휘봉을 잡았을 때 일이다. 러시아는 유로 2008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스페인에 1-4로 무참히 패했다. 러시아가 지역 예선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며 기대를 한 몸에 받았기에 충격이 더 컸다. 회생이 힘들 거란 우려가 나왔지만 러시아는 나흘 뒤 2차전에서 그리스를 1-0으로 잡은 데 이어 준결승까지 진출하는 쾌거를 썼다. 유럽 언론들은 참패 후유증을 단기간에 극복한 히딩크 감독의 비결을 극찬했다.

과연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고비를 어떻게 넘길까.

짧게는 체코와의 평가전, 길게는 9월부터 시작할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처방전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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