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8조6000억ㆍ수은 4조2000억
기업부실 유탄에 국책은행들 휘청
조선·해운업종 중심으로 기업 부실이 심해지면서 국내 은행이 떠안은 부실채권 규모가 31조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부실에 빠진 주요 조선사와 해운사에 거액의 돈을 빌려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부실채권이 눈에 띄게 급증했다. 이들 국책은행의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현황(잠정치)에 따르면 올 3월 말 현재 은행권 고정 이하 여신, 즉 부실채권 규모는 31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말(30조원)보다 1조3,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2001년 3월 말(38조1,000억원) 이후 15년 만에 최대 수준이다. 전체 대출에서 고정 이하 여신이 차지하는 비율(부실채권 비율)은 같은 기간 1.80%에서 1.87%로 0.07%포인트 상승했다. 이 또한 글로벌 금융위기의 한파가 몰아친 2010년 3월(2.00%)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기업대출 부실이 특히 심각하다. 3월 말 현재 전체 부실채권 중 기업대출 부실채권(29조2,000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93%에 달했다. 2013년 초엔 이 비율이 81% 수준이었는데 3년 만에 12%포인트 급증한 것이다. 이처럼 기업 부실채권이 급증한 건 조선·해운업종을 중심으로 기업 부실이 심해진 탓이다. 3월 말 현재 조선·해운업의 부실채권 비율은 각각 12.03%와 11.43%로 평균 대기업 부실채권 비율(4.07%)의 3배 가량을 웃돈다.
기업부실의 직격탄은 산은, 수은 등 국책은행이 맞았다. 3월 말 현재 산은과 수은의 부실채권 규모는 8조6,000억원과 4조2,000억원으로 3개월새 각각 1조3,000억원과 2,000억원 늘었다. 이들 은행의 부실채권 비율도 6.70%, 3.35%에 달한다. 반면 시중은행의 경우 우리(1.38%) 하나(1.24%) 국민(1.08%) 신한(0.86%) 등 1%대 안팎을 보였다. 금감원 관계자는 “조선업 등 취약업종을 중심으로 은행의 자산 건전성에 대해 면밀히 모니터링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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