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곡성 이용 지역 홍보한 40대
군청 “퇴근하다 사고” 순직 신청
공시생 “시험 준비 괴롭다” 유서
퇴근해 귀가하던 40대 공무원이 아파트 20층에서 투신자살한 공시생과 부딪혀 숨졌다. 사고를 당한 공무원은 전남 곡성군청 소속 양모(40) 주무관으로, 마중 나온 만삭 부인과 6세 아들이 보는 앞에서 변을 당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1일 광주 북부경찰서와 곡성군 등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후 9시48분쯤 북구 오치동의 한 아파트 20층 복도에서 투신한 A(26)씨가 이 아파트 입구를 지나던 양씨를 덮쳤다. A씨는 그 자리에서 숨졌고, 양씨는 119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다 이날 새벽 사망했다.
숨진 양씨는 전남 곡성군청 기획실 소속 7급 공무원으로 인기리에 개봉 중인 영화 ‘곡성(哭聲)’을 활용해 보도자료 등을 작성, 곡성을 홍보하는데 앞장섰다. 서울의 명문대 출신인 양씨는 일반 회사에서 근무를 하다가 2008년 9급 공채에 합격했다. 경기 여주군에서 공직생활을 시작, 2011년 3월 처가가 있는 곡성군으로 자리를 옮겨와 석곡면사무소와 경제과를 거쳐 2014년 7월 기획실에서 홍보업무를 맡아왔다.
홍보 담당 직원으로서 곡성 알리기에 앞장섰던 양씨는 지난해 12월 ‘도정 홍보 유공’으로 전남지사 표창을 받기도 했다. 2011년 10월에는 ‘일 잘하는 공무원’으로, 2014년 6월에는 ‘군정 발전 유공’으로 각각 군수 표창을 받았다. 사고 당일에도 보도자료 작성과 곡성소식지 발간준비를 위해 야근을 하면서 귀가가 늦었다.
곡성군 관계자는 “평소 성실하고 업무도 뛰어난 직원인데 하루아침에 날벼락으로 목숨을 잃어 너무 참담하다”고 했다. 곡성군은 양씨가 퇴근 중 사고를 당한 점을 고려해 순직 신청을 할 예정이다.
한편 사고가 난 아파트 20층에서는 A씨의 가방에서 A4용지 2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에는 ‘공무원 시험 준비가 괴롭다. 사회적 열등감을 느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A씨는 광주의 한 국립대 4학년에 재학 중이었으며, 인근 다른 아파트에 사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런 안타까운 사실을 모두 고려해 A씨를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숨져 공소권이 없지만 (양씨가) 범죄 피해자라는 것이 명백해질 경우 보험이나 순직처리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곡성=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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