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그룹 차원 지원은 없어
대우조선도 오늘 자구안 제출 예정
성동ㆍ대선, 일단 법정관리 면해
1년가량 수주 없으면 법정관리行
SPP는 이달 중 재매각 추진
극심한 수주 절벽으로 경영난에 직면한 ‘빅3’ 조선사들이 이달부터 인력 감축을 포함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들어간다. 한 때 빅4로 불렸던 STX조선해양이 6조원 안팎의 천문학적인 돈을 지원받고도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정부나 채권단 사이에선 이들 빅3도 고강도 구조조정이 뒤따르지 않고선 STX조선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이 어느 때보다 팽배한 상황이다. 성동·SPP·대선조선 중소 조선사 3곳도 일단 법정관리 고비는 넘겼지만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1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각각 주채권은행인 KEB하나은행과 산업은행으로부터 자구안에 대해 잠정 승인을 받았다. 대우조선해양은 2일 산업은행에 2차 자구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대우조선해양까지 자구안 승인을 받으면 빅3 조선사 모두 이달부터 자구안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구조조정 절차에 착수하는 셈이다. 현대중공업이 낸 자구안은 2018년까지 3조5,000억원의 비용을 줄이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내년으로 예정돼 있던 하이투자증권 매각 시점을 올해로 앞당기고 부동산 매각, 인력 구조조정 통해 3조5,0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중공업이 낸 1조5,000억원 규모의 자구안엔 거제도 삼성호텔과 판교 연구개발(R&D) 센터 등 비업무용자산과 유가증권 매각, 인력 구조조정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이번 자구안엔 삼성그룹 차원의 대주주 지원 내용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의 압박에도 삼성측이 “정상기업인 만큼 그룹 차원의 지원은 어렵다”고 버티자, 선제적인 구조조정 차원에서 채권단이 한 발 물러섰다는 관측이다.
대우조선해양도 조만간 자구안이 확정돼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채권단으로부터 4조원대 지원을 받으면서 사옥 매각 등으로 1조8,500억원을 확보하는 내용의 자구안을 채권단에 제출한 데 이어 최근엔 3조4,000억원 규모의 추가 자구안을 마련한 상태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최근 나온 대우조선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재무건전성) 결과와 대우조선이 마련한 추가 자구안을 바탕으로 추후 처리 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수출입은행은 성동과 대선조선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조만간 정부에 보고할 예정이다. 수은은 일단 이들 조선사를 법정관리에 보내지 않고 1년 가량 시간을 줄 계획이다. 당분간 채권단의 추가 지원이 필요 없는 상황인 만큼 일단 사정이 나아질 때까지 기다려보고 그래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그 후 법정관리 등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매각이 불발된 SPP조선은 이달 중으로 재매각을 추진한다. 이들 중소 조선 3사는 곳간은 말라가는데 채권단에 더는 손을 벌릴 수 없는 상황이라 올 연말까지 추가 수주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면 사실상 법정관리행이 불가피하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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