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보증금 2년새 평균 7,000만원 급등
“더 버틸 수 없어 수도권으로”
사교육 등 팍팍한 삶도 전출 이유
제주 이주도 4년새 4배 이상늘어
전셋값 상승률이 소득증가율 상회
인구 1000만명 회복 어려울 듯
대기업 직원 조모(40)씨는 얼마 전 10년간 살던 서울 강동구를 떠나 경기 파주시로 이사 갔다. 2년마다 올려 달라는 전세 보증금이 부담스러워도 매번 어떻게든 돈을 마련했던 그였지만, 이번엔 9,000만원을 더 요구하는 바람에 도저히 서울서 더 버틸 수 없겠다는 판단이 섰다. 그는 “직장이 동대문 쪽이라 파주에서 출퇴근하기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전세보증금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서울 순전출 인구 62%가 “주택 탓”
조씨의 경우는 최근 서울을 떠나 경기ㆍ인천에 자리 잡는 서민ㆍ중산층의 전형적 사례이다. 서울 인구가 1988년 이후 28년만에 1,000만 시대를 마감한 주요 이유는 치솟는 전세가격 때문에 사람들이 떠밀려나다시피 서울을 등지기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2012년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46개월 연속 상승했다.?한국감정원 집계 기준으로 2012년 3월 2억6,700만원이던 서울의 평균 전세가격(보증금)은 2년 후인 2014년 3월 3억224만원으로 처음 3억원대를 돌파했고, 또다시 2년 후인 올해 3월에는 3억7,342만원으로 급등했다. 2014년 3월 전세를 얻은 세입자라면 올해 3월 전세기간을 갱신할 때 평균 7,000만원의 보증금을 더 준비했어야 한다는 얘기다.
전세 가격이 사람들을 서울 밖으로 내몬다는 것은 실제 통계로도 나타난다. 지난해 서울의 순전출 인구(전체 전출자에서 전입자 수를 뺀 것)는 13만 7,256명인데, 이 중 전입신고서 기재 기준으로 주택 때문에 서울을 떠난 순전출 인구는 61.8%인 8만4,900명에 달한다. 가족 때문에 서울을 떠난 순전출 인구가 4만9,000명으로 뒤를 이었다. 서울 인구를 대부분 빨아들인 경기의 순전입 인구(9만4,800명) 중 78.1%인 7만4,000명이 “주택 때문에 이사 왔다”고 밝힌 것을 봐도, 사람들이 전세난 때문에 서울을 등졌다는 것이 다시 한 번 입증된다.
나은 환경ㆍ전원생활 찾아 탈서울
경쟁이 심하고 팍팍한 서울살이가 싫어 서울을 떠나는 경우도 많다. 중견건설사 팀장인 김모(45)씨는 지난해 서울 마포에서 경기 고양시 대화역(3호선) 인근으로 이사를 갔는데, 초등학생 아들이 경쟁과 사교육이 심한 서울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애들 교육을 위해 대안학교 기능을 갖춘 초등학교 부근으로 이사를 가게 된 것”이라며 “내 출근은 힘들지만 아이들이 새 학교에 만족해 해 고달픈 출퇴근을 견디고 있다”고 말했다.
전원 생활의 여유로움과 깨끗한 환경을 누리려고 서울을 떠나는 경우도 갈수록 늘어, 지난해 서울 순전출자 중 6.6%인 9,100명이 자연환경 탓에 서울을 떠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국적 환경을 찾아 ‘제주이민’을 택한 서울 사람도 갈수록 증가 추세인데, 제주로 순유출된 서울 인구는 2011년 865명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4,083명으로 급증했다.
한번 떠난 서울 재입성 어려워
서울 전세 가격이 지금처럼 고공행진을 계속하는 한, 서울 인구가 다시 1,000만명을 회복하기는 거의 불가능할 전망이다. 전세가격 상승률이 매년 소득 증가율을 상회하고 있어, 한 번 서울을 빠져 나간 이들이 다시 서울 전셋값에 맞춰 재입성하기가 쉽지 않다. 경기 인천의 전세보증금을 들고 서울로 가면 매년 수십만원의 월세를 내는 반전세밖에 구할 수 없다.
일본 도쿄(東京)의 사례를 봐도 주택 가격이 대폭 하락하는 정도의 변화 없이 서울 인구가 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구원은 지난해 ‘서울시 주택성향의 변화특성과 정책과제’ 보고서를 통해 “일본의 부동산 버블기 및 버블 직후에는 도쿄 밖에서 인구 증가가 진행됐다”며 “지가가 하락하는 등 주택취득 환경이 개선된 2000년 이후에야 도쿄로의 도심 회귀 현상이 본격화했다”고 분석했다.
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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