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면된다’는 정신으로 무장한 임원급 세대들은 젊은 세대를 ‘무개념’이라 무시하고, 삶의 질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는 임원급 세대를 ‘꼰대’라 불신한다.”(최원식 맥킨지코리아 대표)
“특정 분야에 열정을 가진 ‘덕후’를 존중하고, 시행착오에 대해서도 긍정적 업무 평가를 내리는 등 창조적 시행착오 경험을 축적하는 조직문화가 필요하다.”(이정동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
대한상공회의소가 1일 서울 세종대로 대한상의 회관에서 개최한 ‘기업문화와 기업 경쟁력’ 콘퍼런스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세대간의 불통이 기업 조직문화의 발목을 잡고 경쟁력을 악화시킨다고 지적했다.
주제 발표에 나선 최 대표는 “대다수 국내 기업이 서로를 ‘꼰대’와 ‘무개념’으로 바라보는 임원급 세대와 젊은 세대 간의 불통으로 조직문화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빠른 실행력에 기반한 과거 성공 공식만으론 저성장시대의 위기 극복이 힘들다”며 “일하는 방식과 문화를 바꾸는 게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조직의 불통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팀장급 ‘낀 세대’의 적극적인 소통과 조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위를 내세우는 임원급 세대와 자율적인 젊은 세대를 효과적으로 중재하고, 집단지성의 힘을 활용할 줄 아는 중간세대 리더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이 교수는 조선ㆍ해운업의 위기를 예로 들며 내적 성찰 없이 선진국 따라잡기에 주력했던 국내 기업문화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신산업을 선점하려면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개념을 설계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한데 기존 잣대로 새로운 시도를 검열하고 성공 여부에만 집착하는 지금 방식으로는 이를 확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실제 대한상의가 콘퍼런스 참가자 5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91%가 “현재 기업문화로는 경쟁력 향상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답했다. 이날 콘퍼런스에선 스타트업(신생혁신 기업)처럼 3~4명으로 구성된 팀에 자율권을 준 뒤 성과에 대해 과감한 보상을 실시하는 SK텔레콤, 유연한 조직 운영과 소통을 위해 직원들의 자리를 지정하지 않는 변동좌석제를 채택해 직무몰입도를 76%에서 87%로 높인 유한킴벌리 등 조직 문화 혁신 사례들도 소개됐다.
한준규 기자 manb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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