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의장 한국일보와 퇴임 인터뷰
“행정부가 법률폐지권 갖겠다는 것”
정의화 국회의장이 ‘상시 청문회법’(개정 국회법)에 대한 지난 27일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재의 요구)에 대해 “원천무효라고 생각한다”며 작심하고 비판했다. 정 의장은 재의 요구 과정에서 드러난 위헌, 적법성 문제도 거론해 청와대 반응이 주목된다.
19대 국회 후반기 입법부 수장인 정 의장은 임기 만료를 하루 앞둔 28일 국회 집무실에서 본보와 가진 마지막 인터뷰에서 “국회법상 임시회를 소집하려면 3일 전에 공고를 해야 하는데, 19대 국회 임기 만료 이틀 전에 대통령의 재의 요구에 응해 국회를 소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정 의장은 “(대통령의) 재의 요구는 ‘이 법은 안 되니 폐지하라’고 했던 (절대 군주의) 재가권과는 다르고, 국회에게 통과된 법안을 재 논의해 달라는 소극적 요청 권한”이라며 “(재의 자체가 법률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재의를 요구한) 이 행위는 법률 폐지권을 정부가 갖겠다는 것으로, 헌법이 정한 3권 분립의 대원칙에 위배된다”고 질타했다.
정 의장은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임시국무회의를 열어 재의 요구를 의결하고 박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 전자결재를 통해 재가한 절차의 적법성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헌법은) 재의 요구권을 대통령에게 준 것이지 국무총리한테 준 게 아니다”며 “대통령이 직접 국무회의를 주재해 경청하고 판단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상시 청문회법이 행정 마비법이 될 것’이라는 정부 주장에 대해서는 “구더기 무서워 장을 아예 안 담그겠다는 격”이라고 일축했다. 향후 국회 차원의 대응을 묻는 질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하지만 반드시 따지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정 의장은 앞서 박 대통령이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야당 지도부의 요구에 화답했다가 지키지 못해, 여야 협치 기조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을 거론하며 “가사 내용도 그렇고 아무리 들어봐도 ‘임’이 김일성이라는 (극우의) 생각은 전혀 안 들었다”며 “20대 국회가 출발하기 전부터 쓸데 없는 논란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 의장은 친정인 새누리당에 대해 “남의 당한테도 그러면 안 되는데 같은 당 의원의 지역구에 출마한 (진박)후보 개소식 때 가서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보면서 손을 들었고,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 행태를 보면서는 손발 다 들었다”며 “당이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퇴임 후 중도 지대에서 ‘빅 텐트’를 치겠다는 자신이 대선 주자로 나설 가능성에 대해선 “제대로 된 나라의 리더를 한 번 보고 싶다”며 “그런 분이 있다면 나는 (킹) 메이커를 해야 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김영화 기자 yaaho@hankookilbo.com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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