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지원, 뇌물 받은 경찰 총경은 집행유예 선고
한국무역보험공사의 수출보증심사 제도의 심사 절차 상 허점을 악용해 금융대출을 받아 수백억원을 해외로 빼돌린 업자에게 징역 8년의 중형이 선고됐다. 편의제공 대가로 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현직 총경 등 공무원과 금융기관 관계자 등에게는 대부분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광주지법 순천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정상규 부장판사)는 1일 수출보증심사 제도를 악용해 금융대출을 받아 수백억원을 국외로 빼돌린 정모(50)씨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죄 등을 적용해 징역 8년에 벌금 1,920만원, 추징금 45억2,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건실한 수출기업 지원 제도를 악용, 허위계약서와 유령회사를 이용해 수십억원을 해외로 빼돌리고 다수의 공무원과 금융기관 임직원에게 수천만원대의 뇌물을 제공한 점, 범행이 발각 위기에 처하자 해외로 도주하는 등 범행 수법이 치밀하고 불량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정씨 범행 과정에서 한국무역보험공사에 수출보험 관련 편의를 봐달라고 청탁하는 등 편의제공 대가로 정씨로부터 3억여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전남지방경찰청 김모(58) 총경에 대해서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함께 벌금 300만원, 추징금 79만여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총경이 정씨로부터 받은 금액 가운데 500만원만 뇌물로 인정하고 1억원에 대해서는 무죄, 아내 회사의 계좌로 받은 2억원은 뇌물이 아닌 투자금으로 인정해 차용금에 대한 이자만을 추징했다.
또 정씨로부터 금품이나 향응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관세청 직원, 세무공무원, 금융기관 임직원 등 나머지 16명의 피고인 가운데 집행유예 기간에 있는 전모(43)씨에 대해서만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정씨는 한국무역보험공사로부터 수출보증을 받은 허위 수출채권을 담보로 2014년 11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4개 금융기관으로부터 모두 110억여원을 대출받아 해외 유령회사(페이퍼컴퍼니)로 빼돌린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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