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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하셨어요? …실격입니다

입력
2016.06.01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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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지인들과의 골프 라운드에서 가장 흥미를 불러일으켰던 대화는 단연 어느 아마추어 골퍼의 ‘만행’에 가까운 지각 행태였다. 그는 평소 티오프 시간을 넘겨 도착하기 일쑤였고 때론 갖은 이유를 대며 라운드 당일 불참을 통보하기도 했다고 한다.

20년 지기였던 이들은 친구의 ‘고질병’에 끓는 속을 애써 가라앉히며 매번 용서를 해왔다. 하지만 최근 라운드에서 동반자들의 인내심이 결국 폭발했다. 그는 이날도 어김없이 지각을 했다. 동반자들이 3번홀을 끝마칠 때쯤 뒤늦게 골프장에 도착했는데 어쩐 일인지 골프백만 보내오고 그는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단다. 전화도 받지 않아 캐디를 통해 수소문 해보니 식당에서 느긋하게 식사를 하는 중이었다는 것.

동반자들이 어떤 심정이었을지는 말하지 않아도 짐작이 가능하다. 동반자들은 5번홀이 지나서 나타난 그에게 다시는 함께 골프를 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이날 라운드도 중단했다고 한다.

이처럼 아마추어 골퍼들 가운데 지각을 당연시해 동반자들의 라운드 분위기까지 망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골프에서 플레이어의 지각은 룰과 에티켓 모두를 위반한 것이다. 앞선 칼럼에서 언급한적이 있지만 골프 규칙은 에티켓으로 시작해서 에티켓으로 끝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플레이어의 지각은 더욱 엄격하다.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뛰고 있는 대만의 청야니가 대표적이다. 2013년 당시 세계 랭킹 2위 청야니는 KIA 클래식에서 실격 처리됐다. 정규 대회에 앞서 벌어진 프로암 대회에 늦잠을 자 티오프 시간 5분 후 도착했기 때문이다. 청야니는 KIA 클래식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참가해 2년 연속 우승과 함께 세계 랭킹 1위 탈환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LPGA는 가차 없이 본 대회 실격을 통보했다. 본 대회도 아닌 프로암 대회 지각이었기에 조금은 억울 할 수도 있지만 청야니는 “실수에 대해 팬들과 KIA, 후원해주는 관계자들에게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머리를 숙였다. 매너와 관련해 엄격한 골프규칙의 진면목을 그대로 보여준 사례다.

플레이어는 지정된 시간에 스타트 해야 한다. 교통 체증 등의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경기실격이라는 엄벌을 받게 된다. 지각하는 것은 에티켓을 따지기 전에 이미 골퍼로서 자격이 없는 것이다.

동반자에 대한 매너를 떠나서 일찍 도착해 여유를 갖는 것은 그날의 스코어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특히 라운드 전 연습그린에서의 퍼팅 연습은 최소 5타를 줄일 수 있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은 조언이다.

최소한 30분 전에는 골프장에 도착해 모든 준비를 마쳐야 한다. 골프 티오프 시간은 골프장에 도착해야 할 시간이 아니라 1번홀 티잉 그라운드에서 첫 티샷을 해야 하는 시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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