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도리탕’은 일본어가 섞인 말일까, 순수 한국어일까. 가끔씩 불거지는 이 논란이 최근 권대영 한국식품건강소통학회장의 기고 글로 다시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권 회장은 지난달 30일 ‘식품외식경제’에 실린 ‘닭도리탕은 순수한 우리말 이름이다’라는 글에서 “닭도리탕, 꿩도리탕, 토끼도리탕의 기록이 1920년대 문헌에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그 이전, 즉 일제합병기 전부터 우리 조상들은 닭도리탕을 즐겨 만들어 먹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닭도리탕에서 ‘도리’가 일본어 ‘とり‘(鳥)에서 온 말이 아니라 우리말 ‘도려내다’ ‘도려치다’ ‘도리치다’에서 왔다고 주장했다.
앞서 1992년 문화부(현 문화체육관광부)는 식생활 용어 중 일본어 투를 비롯해 잘못 쓰이고 있는 용어 341개를 선정해 순화어를 발표하면서 닭도리탕을 ‘닭볶음탕’으로 고쳐 쓰도록 권고했다. 국립국어원도 1997년 발간한 ‘우리말 어원 사전’에서 ‘도리탕’의 어원을 일본어의 ‘とり(鳥)+탕(湯)’으로 설명하며 ‘닭볶음탕’ 사용을 권장했다.
국립국어원의 해석에 대한 반박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음식문화평론가 윤덕노씨는 수년 전 한 일간지 기고에서 “1925년 ‘해동죽지(海東竹枝)’와 1924년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도 한자로 ‘도리탕(桃李湯)’이라고 쓴 음식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며 “이 ‘도리’가 새의 일본어 발음이 아니라 우리말이거나 한자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소설가 이외수씨, 음식 칼럼니스트 황교익씨 등도 닭도리탕이 순 우리말일 가능성을 언급한 적이 있다. 오리를 잘게 썰어 볶은 음식을 ‘외보도리’라고 한다는 점, ‘도리치다’(잘게 자르다)는 표현이 닭을 잘게 써는 조리법에 부합한다는 점 등이 이런 해석에 힘을 실어주었다. 무엇보다 순화어 ‘닭볶음탕’이 자작한 국물에 끓이는 이 음식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는 사람도 있었다.
국립국어원은 그 동안 “어원에 대한 견해는 학자마다 다를 수 있지만 ‘도리’가 일본어에서 온 말일 가능성이 있는 이상 이 말을 순화해 쓰려는 노력은 필요하다”, “고기에 갖은 양념, 채소를 넣고 볶다가 물을 넣고 끓이기도 하는 만큼 어원과 무관하게 닭볶음탕이라는 말에 문제가 없다”, “이미 닭볶음탕이 실제 언어생활에서 많이 쓰이게 됐다” 등으로 대응해왔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1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당장 결론 낼 수 있는 사안은 아니지만 문제제기가 거듭되는 만큼 어원에 관해 보완 연구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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