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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아프리카 간 박 대통령, 북경 간 리수용

입력
2016.06.01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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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진두지휘하는 대북 제재외교에 김정은 정권의 응수가 만만치 않다. 박 대통령이 방문한 우간다, 케냐 등 아프리카는 아시아와 함께 냉전 시기 반제국주의 비동맹운동의 중심 무대였다. 그중 우간다의 무세베니 현 대통령은 김일성과도 친분이 있었던 사람이다. 박 대통령은 그런 우간다 방문으로 1963년 수교 이후 최초의 정상 방문이라는 점 외에도 북한의 오랜 우방을 제재에 동참시키는 성과를 거둔 셈이다. 우간다 정부는 북한과의 다방면의 군사협력을 중단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대북 제재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물론 진위 공방과 외교적 관례를 둘러싼 논란이 뒤따라 깔끔하지는 못했다.

그즈음 스웨덴에서 북한 외무성의 미국통인 한성렬 미국국 국장과 최선희 부국장 일행이 에번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일행을 접촉했다. 5월 6~9일 조선노동당 7차 대회 이후 북미 관계자들이 처음으로 만난 것이다. 작년 말과 올해 초에 이어 긴장 국면 속에서도 북미 접촉 채널은 유지되는 셈이다. 이건 대북 제재와 별개인가 보다. 그럼 대화 없이 제재에 올인하는 남한은 뭔가.

노동당 7차 대회 이후 북한의 외교 행보는 남한의 제재외교를 뚫고 나가는 형세다. 김정은의 최측근으로서 7차 당대회에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된 리수용 전 외상 일행이 3일간의 일정으로 31일 베이징을 방문했다. 리수용의 위상과 지난 4차 핵실험을 전후로 최고위 인사의 방중이라는 점에서 북중 관계의 향배가 주목을 끈다. 방중 첫날 리수용은 쑹타오(宋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회담하고 양국관계 발전과 역내 안정에 공감대를 가졌다고 한다. 리수용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예방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고 김 위원장의 방중을 타진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한마디로 남한 주도의 대북 제재는 박 대통령의 분투에도 불구하고 그 효과가 줄어들고 있다. 개성공단을 섣불리 폐쇄한 것도 대북 제재에 중국을 동참시키려는 의미가 있었는데 리수용의 방북은 그 반대로 한껏 나아간 것이다.

한편, 서울에서는 개성공단 폐쇄로 입주기업들의 피해 지원 및 보상을 둘러싸고 정부와 관련 기업인들의 갈등이 높아지고 있다. 개성공단 폐쇄 명분은 처음부터 신기루였다. 남한의 대북 제재는 북중교역으로 벌충하고도 남았고, 중국의 북한경제 지배력을 증대시킬 것이 명약관화했다. 공단 입주기업의 피해도 분명하게 예상됐다. 정부의 피해 지원 대책에 입주기업들은 반발하며 소송까지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통일·안보문제에 있어 국민 단합을 강조하던 정부가 결과적으로 ‘남남갈등’을 초래한 격이다. 개성공단 폐쇄와 그 영향은 명백히 정부의 오판과 정책 실패에 기인하므로 피해 기업(인)들에 대한 보상은 마땅하다. 공단에 있는 시설, 장비 점검을 위한 방북을 허용해 남북대화의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리수용 부위원장의 방중이 오는 6, 7일 베이징에서 열릴 미중 전략·경제대화에 즈음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도 의미심장하다. 미중 양국은 양국 간 투자협정(BIT)의 조기 체결 등 경제적 상호의존에는 공감대가 높지만 난사군도 영유권, 군비증강 등 안보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가시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베트남과 일본을 방문하며 중국 압박을 지속해온 터라 중국으로서는 북한과 마냥 불편한 관계를 지속할 수 없는 노릇이다. 제재와 고립을 견뎌온 김정은 정권으로서는 호기를 만난 셈이다. 미국의 잇단 대북 접촉을 일본이 뒤따를 수도 있다.

이미 한국은 대북 제재외교에 지쳤거나 실효성이 낮음을 알면서도 명분상 계속하는 형편에 처해있다. 북한 교회 지도자들을 정부 허가 없이 만났다고 교계 지도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한 일이 세계교회의 웃음을 사고 있다. 북한의 이산가족을 만나거나 직능단체와 교류하거나, 금강산을 오르려는 사람들의 방북도 허용할 일이다. 제재를 넘어서는 길을 열 때가 됐다.

서보혁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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